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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
  • 편집국
  • 등록 2020-03-16 09: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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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는 예년의 경우 졸업식과 입학식으로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는 활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의 진중함과 싱그럽게 눈매가 푸른 신입생들로 교정은 왁자지껄하고 시끌벅적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특정한 질병으로 말미암아 커다란 혼돈이 우리 일상을 침범하여 학교의 모든 것들을 정지시켰다. 졸업생과 신입생에게 오히려 미안함을 가지고 이들의 의례가 멈추어선 것에 깊은 성찰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삼삼오오 졸업생들이 모여 학교의 로고가 있는 곳에서 졸업식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지고 아려오는 것을 잠시 경험한 바 있다. 신입생들은 아직 교정을 누비면서 그들의 특권을 누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였으니 달리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있을까!

질병이 안겨준 최대의 교훈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사람들이 만나서 악수하고 다사로운 눈낄을 주면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당연한 방법이었는데, 이제 그것이 당분간 불가능하게 되었다. 서로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사회적 거리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므로 멀리하고 있다. 이 무슨 참담한 일인가? 그렇게 누렸던 삶도 이제 한 가지 사건으로 우리를 깊은 수렁으로 곤두박질치게 하는 두려움만을 남기고 있다. 그렇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에 깊은 성찰을 하여야 한다. 시비곡직을 떠나서 우리 인간의 삶을 총괄하여 보는 계기를 주었으니 이를 밑천삼아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만 한다.

인간의 오만과 독선이 문제임을 생각하여야 한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세계를 끊임없이 개조하고 공격하면서 자연과 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였다. 인간이 이 작은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종간전파에서 견디지 못하고 맥을 못추는 일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건강하고 과학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을 경계해야만 한다. 인간의 번식과 번영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자성을 하게 된다. 그 재앙과 같은 일의 조짐이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모기, 박쥐, 낙타 등을 매개 숙주로 하여 인간을 최종 숙주로 하니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이를 철저하게 방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러한 원인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자문해야만 할 것이다. 인간이 겸손할 때임을 알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하여 인간 없이 끝이 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그 문명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환기하고 공존의 방안을 고찰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교육에서는 인간이 파괴적이고 가공할 만한 위력 속에서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학문적 가르침과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성의 성찰은 다른 종과의 관계 속에서 이룩되어야 하고 인간의 문화와 문명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점을 가르치는 것은 오판일 수도 있음을 가르쳐야 할지도 모른다. 인간 이해의 총체적인 인식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서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한 정향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과 자연물의 건강을 함께 구하는 원 헬쓰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고전적인 질병과 현대적인 질병은 학문적으로 같은 것이면서 동시에 다른 것이며, 지구의 혁명적 전환에 적지 않은 관여를 했다고 하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질병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운명적 충돌이 있었으며, 거기에 종간의 치열한 역학관계가 놓여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기능에서 인간의 자연적 수명을 조절하던 것에서 우리는 힘겨운 싸움을 통하여 예방과 치료의 길들을 선택하여 왔다. 그것에 커다란 결함이 생기지만 희생적인 의학자와 의사에 의해서 미래를 여는 일들을 진전시킨 위대함도 아울러서 함께 가르쳐야만 할 것이다.

일상에 멎어진 것에 질병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외교, 과학 등에 지속적으로 맞물리는 다중적인 원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한복판에 우리나라가 놓여 있다고 하는 것은 이에 대한 삶의 지표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사명을 부여한 것일 수도 있다. 절망에 머물러 탄식하지 말고 인류 미래의 바람직한 삶을 위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찾는 것이 희망으로 가는 핵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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