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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사설] 그들의 한은 누가 풀어 주는가
  • 정아윤
  • 등록 2019-11-11 09: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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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소시효가 만료된 70여 건의 미제 사건
 

본지 1037호(19.10.07. 발행) 20면 와이파이에서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으로, 유능한 프로파일러의 집요한 심문 덕분에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 사건 이외에도 공소시효로 인해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 사건들이 많은데, 본지는 그런 미제 사건에 대해 다시 다뤄봤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수원시 화성군 태안읍 반경에서 19869월을 시작으로 19914월까지 6년 동안 10차례에 걸쳐 벌여진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이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 사건이자 공소시효가 만료된 영구 미제 사건이었으나, 지난달 1일 용의자 이춘재가 화성 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 혐의를 인정하며 미제 사건에서 벗어나게 됐다.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로, 공소시효가 완료되면 실체적인 심판 없이 면소판결1) 을 해야 한다. 공소시효 완성은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어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 피의자가 사망했거나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만 수사할 수 있는 사건(친고죄)에서 고소·고발이 취소됐을 경우에 내려진다. 공소시효는 국가형벌권의 불완전성과 형벌의 목적은 범죄인을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라는 명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제도처럼 보여도 다수를 납득시키는 몇 가지 학설이 존재하는데, 바로 국가형벌권에 대한 최소한 의 자기구속 불안정한 법률 관계의 조속한 종결 수사력의 효율적 운용 증거 보존의 어려움의 이유이다.

 

국가형벌권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구속의 경우, 국가 스스로가 범죄자를 재빨리 잡지 않은 책임을 부당하는 것이고, 불 안정한 법률 관계의 조속한 종결은 이미 사회 안전과 교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그 관계를 종결하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200081일 이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은 살인죄 공소시효 철폐 법률이 소급 적용2) 되지 않도록 법안이 입법됐다. , 해당 사건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나 강간치사 등으로 처리될 경우 기존의 공소시효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만약 살인사건이 아닌 다른 억울한 사건의 범인이 안 잡힌 채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조건이다. 물론 공소시효라는 법안이 소수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짐작으로만 봐도 다수가 이 법안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았고 아직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이번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프로파일러의 빛나는 노력 덕분에 미제 사건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하지만 다른 미제 사건 들은 어떤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사건에 묶여 있는 관계자는 매일을 괴로움에 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진전이 없는 사건을 하염없이 붙들고 조사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화성 연쇄 살인 사건도 누군가의 도전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우연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얻곤 한다. 미제 사건이라는 이유로 잊혀져 있는 많은 사건들 또한 그렇다. 예전의 이들은 실패했을지라도, 현재의 이들은 성공할 수 있다. 영원히 미제로 남을 것만 같았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덕분에 미제 사건도 풀릴 수는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은 불가능하더라도 미제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사회 안전과 교화를 이루고 올바른 선례를 잡을 기회가 필요한 때이다.

 

정아윤 기자aqswde928@kgu.ac.kr

 

1)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소송 조건이 결여된 경우에 선고하는 판결

2) 어떤 법률, 규칙 따위가 시행되기 전에 일어난 일에까지 거슬러서 미치도록 적용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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