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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스타] 자랑스러운 본교의 얼굴, 이수정 교수
  • 정아윤
  • 등록 2019-11-11 09: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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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BC 올해의 여성 100인 선정을 통해 32년간 노력의 결실을 맺다
영국 BBC에서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지난달 30일 본교 범죄 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 교수와 만나 범죄 심리학자로서의 생활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범죄 심리학 및 프로파일러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린다.

 

A. 일단 프로파일러는 프로파일링을 하는 사람이고 프로파일링은 범죄에 대한 심리 분석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민간 교수들이 자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경찰청에서 특채로 진행해 범죄분석요원이라는 직렬이 생겼다. 나 역시 교수로 자문을 진행했던 것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프로파일러의 매력은 무엇이며 프로파일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나는 주로 범죄 심리학적인 연구를 한다. 나는 내가 프로파일러라고 생각하지 않고 범죄 심리학자라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범죄자들을 주로 연구해왔고 그때 발견한 사실들이 형사사법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됐다. 예를 들어 연구한 것들이 판결 전 조사 도구로 사용이 됐다가 소년범들을 훈방할 때 기준으로 쓰이기도 하고, 가정폭력 사건의 임시조치의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본인의 연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매력이다.

 

프로파일러의 장점은 경찰청에서 뽑기 때문에 경찰이라는 신분이 보장이 되는 것이다. 이는 아무나 할 수는 없는 특화된 영역이다. 특히 이번 화성 연쇄 살인 사건 같은 경우를 보면 내부적으로 전문적인 영역임을 인정을 받는 상태이다. 범죄 심리학자로서 제일 장점이라고 보는 것은 일반 심리학자들보다 연구 결과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적인 인간 심리의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나의 연구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계속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기준을 마련했는데 법정에서 판결문에 인용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내게 보상이 된다.

 

단점은 일이 많다는 것이다. 희소성 있고 특화된 직업이라 일이 많고 자문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것들에 비해 시간과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나는 본교 대학원생들하고 의견을 나누려 하는 편이다. 그것이 교육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전공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Q. 많은 범죄 사건을 접해보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과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보다는 범죄자가 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 동안 약 13명을 죽이고 20명에게 상해를 입힌 정남규다. 그는 연쇄살인범 중에 가장 특이했다. 정신 병리를 안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했다. 면담을 하다 보니 어릴 때 성폭 력 피해를 당했음이 밝혀졌고 이후 그런 종류의 문제들이 어떻게 그의 부적응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특성 같은 것들 이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 면담을 하며 궁금증이 해결됐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Q. 현대에 발생하는 범죄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답을 하나로 정하기는 어렵다. 사회의 해체가 범죄 발생을 많이 유발시킨다는 건 이미 범죄학자들이 얘기해 오던 것이고, 그중에서도 상식 적이지 않은 동기로 인한 범죄들이 늘어나는 게 큰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더 개인적인 특이성 등을 해명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 하게 된다.

 

Q. 범죄 심리학자라는 직업이 점점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이에 걸맞는 학과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범죄 심리학의 분야가 늘어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범죄 심리학은 말 그대로 범죄자를 연구하는 것이니 연구 대상의 접근성이 높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정 분야와 범죄 심리학 분야의 네트워크가 잘 구성돼 있어야 한다. 이런 네트워크 구성이 탄탄할수록 연구 필드의 확장이 쉬워진다. 이와 반대로 범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면 학문이 성장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현재 한국 범죄 심리학의 분야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본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특이한 장점들이 많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범죄 심리학과와 함께 교정학과가 있고, 그만큼 교정쪽 일에 많이 연루가 돼 법무부에 프로젝트까지 진행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진다. 나 또한 이만큼 연구할 수 있었던 요인들 중에 본교 근무 가 큰 장점이 된 것 같다.

 

Q. 재조명된 공소시효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A. 다행히 공소시효가 폐지됐기 때문에 과거의 일을 수사할 경우에 수사를 중단한 일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공소시효 때문에 조사에 차질이 생기게 된 2000년도 8월 그 이전 사건들이다. 이런 사건들 또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처럼 공소시효가 끝났음에도 계속해서 사건을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에 자백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모두 포기할 동안 증거를 다시 들여다보고 끈질기게 조사를 하던 본교 출신의 능력 있는 프로파일러가 해낸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성과를 내리라고는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Q. 영국 국영방송 BBC가 선정한 2019 '100인의 여성'으로 선정됐는데, 이에 대한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A. 아마 언론을 통해 우선 추천을 받은 사람 중 100명을 선발한 것 같다. 그리고 당사자들에게 수락 관련 이메일이 보냈고 나는 답신으로 수락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이후에는 BBC 홈페이지에 100인의 여성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 인터뷰를 위해 특파원이 왔었다. 아쉽게도 별도의 증서는 받지는 못했다. 심지어 BBC가 얼마나 큰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지 역시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BBC에서 100인의 여성으로 선정이 된 후에 옛날에 알고 지내던 사람부터 시작해서 해외에 있는 지인들까지 전부 축하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내줬다. 이런 반응들을 보며 BBC의 규모에 대해 느끼게 됐다. 이게 한 가지 감상이고, 다른 한 가지 감상은 내가 20년 동안 해 온 게 틀리지는 않았구나였다. 외국에는 forensic psychologist(범죄 심리학자)가 많지만 국내에는 전례가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혼자 갈 길을 가면서도 올바른 방향인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BBC의 이 선정이 나한테는 자기 확신을 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앞으로 10년을 본교에서 더 있을 수 있는데 계속 이 일을 이 방향으로 가도 되겠다고 느낀 것이 주요한 감상이다.

 

Q. 앞으로의 꿈과 계획은 무엇인가.

 

A. 꿈과 계획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계속 이대로 이 자리에서 연구를 하고, 자문을 하는 정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다만, 두 가지를 이루고 싶은데, 하나는 스토킹 방지법을 입법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온라인의 랜덤채팅 앱을 통해 아이들이 사고 팔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온라인 아동유인방지법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퇴임하기 전까지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한다.

 

Q. 교수님을 보며 범죄 심리학자를 꿈꾸는 학생들과 본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굉장히 척박한 길이기 때문에 사실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해 온 일들에 대해 나 자신이 회의를 느낄 정도로 올바르게 가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에 화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프로파일러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하게 보여 준 것 같아 다행이고, 아주 고무적이다. 이 사건에 성과를 거둔 그들도 역시 나처럼 본인들의 업무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프라이드를 느껴도 되는 정도의 기점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Q. 마지막으로 개교기념 72주년에 대한 축하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이제는 변할 때가 됐다. 이제는 새로운 경기대학교를 위해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인다. 많은 이들이 프로파일러, 범죄 심리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학부생 때부터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안직 중 유일하게 여성의 비율이 높은 분야가 프로파일러, 범죄 심리학이다. 그러므로 이와 더불어 여학생들을 키울 수 있는 트랙 또한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왜 본교의 여성들은 이토록 조용한가와 같은 측면에 더 관심이 많다. 이런 관심 덕분에 애당초 범죄 심리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피해자들은 대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범죄 심리학자나 프로파일러들은 남자 형법학자들과는 범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도 다르다. 이런 여성으로서 전문직으로 갈 수 있는 경로를 더욱 세분화시켰으면 한다. 본교의 여성들 또한 다 같이 문제의식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한계를 깨고 나와서 학교에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수렴·쟁취할 때가 됐다.

        

·사진 정아윤 기자aqswde928@kgu.ac.kr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