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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인가, 이웃 나라인가
  • 조승화
  • 등록 2019-10-21 15: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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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갈등이 아닌 화합을
본지 1035호(19.09.02. 발행) 24~25면 사회이슈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이번 불매 운동 외에도 지난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인의 마음 한 곳에는 반일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냉랭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 나라이기에 본지는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에 대해 자세히 다뤄봤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발생했다. 불매 운동의 여파로 U사를 비롯한 한국에 진출해있던 다수의 일본 기업이 매출 하락을 겪었고 한국인의 일본 관광도 크게 줄었다. 이 기간동안 한국인의 반일감정은 절정이었다. 지난 712일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비호감도는 77%를 기록해 1991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12%에 불과했고 전 연령대에서는 20%를 넘지 못했다. 비단 이번 불매 운동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반일감정이나 일본에 대한 경쟁의식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2년에 진행된 제일 싫어하는 나라 조사에서는 44.1%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며 축구나 야구 등의 스포츠에서 한일전이 열리면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도 일본과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유독 공격성이 커지는 성향이 있고, 심지어 지난 20103.1절에는 일본 네티즌과 한국 네티즌이 사이버 전쟁을 벌인 적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겠지만, 한국에서의 반일감정은 역사적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국시대부터 일본에 대한 악감정은 존재했지만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적인 사건으로 인해 증폭된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지속적인 역사 왜곡 과거사에 대한 사과 발언 번복 일부 극우 정치인들의 문제 등도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해방 이후 민족주의가 크게 유행한 것과 정치권에서도 반일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1990년대부터 진행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에서는 과거에 비해 반일감정이 옅어지긴 했지만 앞서 언급한 요인들로 인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

이번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진행될 때도 지적됐지만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등 극단적인 수준까지 발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먼 과거에서부터 교류하면서 발전해 온 이웃 나라이다. 여전히 경제 문화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한일 양국이 서로의 국가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교류를 이어가야 할 양국이 갈등을 빚는 일은 서로에게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반일감정은 일본이 원인을 제공해서 발생한 경우가 많지만,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는 등 반일감정의 과열을 경계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아직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냉랭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먼 나라가 아닌 이웃 나라이기에 언젠가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무려 1000년 넘게 갈등을 겪어왔던 독일과 폴란드의 관계는 한일관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독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있으며 폴란드와 경제 및 정치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다. 물론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서로의 이익을 위해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과 폴란드 외에도 과거의 갈등은 뒤로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많은 사례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제는 갈등을 넘어 화합을 바라봐야 할 시기이다. 반일감정 등의 갈등은 한일 양국이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앞서 언급한 독일과 폴란드의 사례를 한국과 일본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본은 독일처럼,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사과 발언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는 양국의 관계를 파탄낼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한국이 왜 끊임없이 과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지 이해가 선행돼야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이 가능하다. 더불어 한국 역시 일본의 사과와 보상이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하고 과거에서 미래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가해자도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피해자도 사과를 받으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서로 간의 용기 있는 사과와 용서가 언제 이뤄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사과 발언을 스스로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한다면 화합의 시간을 맞이할 수 없다. 양국 간 화합을 이뤄내기 위해선 반일감정을 야기한 행태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반성이 필요하다.

 

조승화 기자 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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