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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과 육식의 사이에서
  • 편집국
  • 등록 2019-10-21 09: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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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우리나라에 심각하게 출현하였다. 이 땅에 없던 바이러스성 질병이 밀어닥쳤다. 돼지의 풍토병이 이 땅에 밀어닥친 것이다. 이 열병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치사율이 100퍼센트라고 한다. 돼지가 숙주이며 이병률이 높은 매개원으로 멧돼지를 지목하고 방역당국에서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고 수렵장을 선포하고 총살을 허용하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서 이따금 인간과 자연 사이에 벌어지는 일련의 비극들을 경험한다. 유행병처럼 번지는 일련의 사태들을 살처분되는 돼지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광우병(Mad Cow Disease, MCD),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 구제역(Aphtae epizooticae) 이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반복되는 사건의 연장선상에 바로 고통받는 가축이 있으니 소, 돼지, , 오리, 양 등이 그들이다. 낙타나 박쥐 등을 매개로 하는 것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등이 더 있으나 인간과 동물 사이의 문제이다.

우리가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이러한 일련의 질병 사태 등에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삶에 중대한 자연의 도전이 있으며, 주로 인간의 먹거리에 관련되고, 특히 육식을 위하여 사육하는 가축에 그 폐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특별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먹기를 위한 사투가 동물인 가축을 궁극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 참담한 대책과 사태가 뒤따른다.

레비스트로스의 분석이 날카롭다. 이를 원용하여 분석해보자. 인간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죽여서 영양을 섭취하는 과정의 이 문제는 신화와 종교의 원형질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된다. <<</span>성서>>에도 이 문제의 과정이 직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아담과 하와는 채소와 열매만을 먹다가 노아의 방주 사건 이후에 인간은 동물을 먹는 육식동물이 되었다. 육식이 인간의 타락에 관련된 뚜렷한 시각이 간접적으로 제시되었다. 그 뒤에 인간의 분열이 고조된 바벨탑의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육식과 채식은 인간 영양의 공급원이고 서로 양립하면서도 보완적인 의미를 가지는 최고 식량임은 말할 나위없다. 특정한 종족의 신화 같은 것을 찾아보면 육식은 식인 풍습의 약화된 형태로 파악하고 사냥과 고기잡이를 같은 종족 내에서 벌어지는 식인 풍습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은어에 먹는 행위와 성교 행위를 동일시하는 것은 사냥꾼과 사냥감의 관계를 친척관계와 부부 관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이고 관습의 산물이다.

오귀스트 콩트(Auguste Comte)는 동물을 셋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인간에게 위협을 주는 동물, 이는 퇴치하고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인간에게 식량이 되는 동물, 가금류로 인간에게 철저하게 영양 제조원이 되며 개량된 결과이다. 인간의 일부로 삼은 동물, 이는 개와 고양이 등이다. 개와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며, 핀랜드 사미족이 기르는 순록과 같은 것들은 초식을 하는 동물이다.

인간에게 식량이 되는 두 번째 동물 쪽에서 벌어지는 것이 심각한 질병이고, 유행처럼 사태가 벌어지면 살처분을 하고 도살을 하는 극악한 방법으로 질병의 확산을 막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동물들이 아비규환의 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무기력한 우월감에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가금류들을 집약적인 방식으로 기르고 생장시켜 상품으로 도살하여 처리하다가 생긴 사단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구상의 단일한 종으로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인간이 결국 지배자인 것은 맞지만 적절하고 조화로운 통제자일 수 없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가 될 성 싶다. 인간의 내부 문제도 심각한 것이지만 이제 지구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초식성의 동물을 잡아서 육식을 하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점을 볼 수가 있다. 인간의 육식이 초식을 하는 동물을 기르면서 생겨난 문제가 심각하게 되었다. 초식성의 동물이 곡물이나 초식의 칼로리를 먹고 이를 육식의 살코기로 되돌려주는 양이 더욱 적다고 하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 육식과 육류에 대한 근원을 탐구하고 이를 대체할 것도 고안해야 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신화학을 공부해 보면, 특정한 종족 가운데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의 총량이 항상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을 강조하는 종족들이 있다. 생명의 총량을 죽인 사냥꾼과 어부가 자신의 수명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육식의 순환 끝에 타인을 먹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자신을 먹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곰에게 영혼제의를 하고 고래를 위해서 바위에 암각화를 새기고 그들의 영혼에 추모하고 기리면서 최소한의 먹거리에 대한 경배와 예의를 다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50년에 지구의 인류가 100억이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 것인지 근본적 성찰을 할 시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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