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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사람
  • 정아윤
  • 등록 2019-09-25 15: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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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돌, 넌 누구니?
성인용품 중 하나로 등장한 리얼돌. 지난 6월, 대법원의 판결문으로 이 리얼돌 수입이 합법화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리얼돌, 그에 대한 의견은 어떻게 갈리고 있을까?

 

리얼돌? 무슨 인형이지?

 


 

 리얼돌(real doll)이란 인간 남녀의 형태 외양 질감 무게 등을 재현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주 목적은 섹스 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세 변환이 가능한 PVC 골격 강철 관절 실리콘 혹은 TPE1)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6,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리얼돌 수입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법원은 수입을 막은 세관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했지만, 2심부터는 입장을 바꿔 반대의 기를 든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며 판결 사유를 밝혔다.

 

리얼돌을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

 

 리얼돌 찬성측은 배출 욕구는 생리적 욕구이고, 리얼돌은 이를 그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자력으로 해결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도구로도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존재한다. 이들은 윤리적 문제를 주근거로 둔다. 리얼돌의 ‘real’은 실제 사람의 신체성을 뜻하는데, 인형에게 신체에 대한 일방적인 통제 의지를 부여함으로써 동의·저항, 거부의 가능성을 삭제한 후 이러한 수용적인 신체를 기본형으로 만든다. ‘doll’에서 인형의 지위는 관심을 주고 사랑을 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훼손이나 폐기가 가능한 대상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이러한 이미지가 인형에게 그치면 다행이지만, 실제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리얼돌은 실존하는 인물의 얼굴을 그대로 제작할 수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리얼돌, 여기까지는 안 돼요!

 

 이러한 리얼돌 합법화 반대 입장의 연장선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청원에서는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금지시키길 바라고 있다. 이 글은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게시 이후 약 26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실제로 리얼돌을 제작하는 데에는 확실한 제재가 필요하다. 우선 현행법상 청소년의 구매와 접근이 금지돼 있다. 또한 정부는 주기적으로 판매 사이트 및 업소를 점검·단속해 청소년들이 노출될 유해한 환경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동 형상 리얼돌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제 대상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적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현재 국회에 관련 의결이 제출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특정 인물 형상 맞춤형 주문 제작 리얼돌에 대해서 당사자의 동의 없는 이러한 제작·유통에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법적 검토할 계획이다.

 

·사진 정아윤 기자aqswde928@kgu.ac.kr

 

1) Thermo Plastic Elastomer의 줄임말.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고무보다는 단단하고, 플라스틱보다 말랑거리고 부드럽다. 입에 닿는 부분에 많이 쓰이며, 미끄럼 방지를 위해 손잡이 부분에만 일부 적용된 제품도 있다.

 

덧붙이는 글

현재 리얼돌은 다양한 의견을 형성하며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만큼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잘 흘러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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