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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 겉이 아닌 속을 바라보기
  • 전은지
  • 등록 2019-09-03 16: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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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쓸모에 따라 타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많은 대중은 이것이 잘못된 일이며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진심과 마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물론 이는 지당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취업을 위해서 자신이 쌓아온 스펙을 뽐내고 타인과 달리 내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는 비단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이런 현실을 꼬집어주는 작품이다.

 가족을 위해 상점의 판매원으로 고달픈 생활을 반복해 오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갑자기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하게 된다. 벌레로 변신한 그를 본 가족들은 모두 놀라고 그를 한낱 독충으로 간주한다. 초반에는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며 그레고르에게 잘해주던 가족들은 그가 흉측한 모습에서 돌아오지도 않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자 그를 점점 홀대한다. 끝내 그의 모습을 하숙생에게 들키고 벌레를 없애지 않으면 나가겠다며 압박이 가해지자 그를 없애기로 한다. 그레고르는 끝내 죽게 되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가족은 행복한 기분으로 전차를 타고 산책을 나간다.

 그레고르는 평생을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여동생을 위해 바이올린을 선물하려 하고 부모님에게도 정성을 다했다. 그리고 이런 그를 가족들 역시 잘 보필한다. 만약 이대로 상황이 지속됐다면 그는 평생 행복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큰 벌레로 변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공간과 식량만 축내는 ‘해충’이 돼버리자 가족들은 그를 버린다. 돈을 벌어오던 쓰임새가 사라지자 그에게 더는 잘 대해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받는 오빠이자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벌레가 된 뒤 가족들에게 돈을 주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로 변했다. 가족들은 그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잘했는지, 정성을 쏟았는지가 아닌 경제적 능력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로 그를 판단했던 것이다.

 우리도 타인을 자신의 이익에 맞춰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레고르의 가족들처럼 대놓고 무시하거나 핍박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학점을 목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사귀거나 상대방의 조건을 먼저 보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인맥을 쌓는 등의 일 역시 상대방의 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행위이다. 물론 상대방의 능력과 조건도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을 볼 때, 이런 요건들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치 단 하나만으로 타인을 재거나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련의 조건보다도 그 사람의 내면을 통해 인물을 판단하고 만남을 가져야 한다.

 전은지 기자│juneoe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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