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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추천] 포기에서 나오는 말, 기대
  • 유민재 수습기자
  • 등록 2019-06-12 0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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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요네자와 호노부

출판사 엘릭시르

 

 ‘기대하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타인이 들어주길 바란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대’라는 말을 너무 남발할 때가 있다. 기대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을 때보다는 타인의 행동에 의존도가 높은 일일 경우에만 더욱 적절하게 쓸 수 있다. 즉,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다면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말이 기대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책 ‘쿠드랴프카의 차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 다. 책 내에서의 사건 또한 누군가의 기대로 인해 시작됐다. 또한 이후 추리와 해결과정에서도 타인에 대한 주인공 들의 기대가 곳곳이 자리 잡고 있다.

 

 가미야마 고교 동아리인 고전부엔 △‘오레키 호타로’ △‘지탄다 에루’ △‘후쿠베 사토시’ △‘이바라 마야카’가 소 속돼있다. 이들 중 호타로는 매사에 호기심이 충만한 에루와 함께 학교 내의 사소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고전 부 시리즈 3번째인 이 책에서는 가미야마 고교의 대축제날, ‘쥬몬지’라는 괴도가 각 동아리의 물건들을 하나씩 훔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쥬몬지의 범행 동기는 누군가를 향한 기대로 인한 것이다. 그는 훔친 물건을 통해 자 이 도달하지 못했던, 그 한계 위에 있는 재능있는 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요컨대 범행에는 자신의 재능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괴로운 항명이자 그들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있는 셈이다. 한편 사건을 해결하려는 또 다른 자인 사토시는 더욱 기대란 감정에 묶여있다. 사토시는 매번 사건들을 해결하는 친구인 호타로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매번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지닌 채 손 놓고 호타로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토시는 이번 기회만은 호타로에게 기대하지만은 않으리라 다짐한다. 이렇게 기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로서 책 속에서 다양한 이들의 시선으로 사건과 함께 다뤄진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기대에 의해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볼 수 있다. 살아가면서 기대밖에 할 수 없는 자와 기대를 받는 자의 관계는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과 같은 추리뿐만 아니라 사랑이나 성적 등에서도 말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대할게’와 같은 말을 자주 쓰기도 한다. 기대라는 말을 내뱉을 때, 우리는 정말 자 신에게 아무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걸까. 아니다. 그러나 기대란 포기에서 나오는 말이다. 소설 속 사토시가 낙담해 타인에게 간절히 외칠 정도로 무겁고 진중한 단어이다. 이처럼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기 대’를 어쩌면 우리는 아무런 책임감 없이 쓰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앞으로는 스스로 자신감이 있을 땐 기대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자.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인 만큼 기대라는 감정의 의미와 무게를 다시 재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민재 수습기자│toto7429@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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