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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률 전문가가 말하는 ‘낙태죄’
  • 조승화
  • 등록 2019-06-12 0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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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원인은 준비되지 않은 정부와 사회"
앞서 살펴봤듯이 ‘낙태죄 폐지 논란’은 찬반 양측이 시위를 벌일 정도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최안나 난임센터장과 경희대학교 정완(법학부) 교수로부터 낙태죄와 관련된 의견을 들어봤다.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최안나 난임센터장

Q.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의사의 의무와 상충되는 낙태 수술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의료법에서는 진료 거부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의료인의 낙태 거부 권리가 포함돼야 한다. 환자가 원하는 대로 다 진료해주는 것이 의료인의 임무는 아니다. 의사는 환자가 건강상 위해가 되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설명할 책임이 있다. 낙태는 개인 간의 소신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산부인과 의료인들에게 낙태를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로 강제해서는 안된다. 일본의 지정 의사제와 같이 원하는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Q.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 사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은 무엇인가

어느 여성도 낙태하기 위해 임신하지 않는다. 임신에 대한 결정권은 성관계할 당시에 관계 여부 피임 여부 피임 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눈 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낙태를 쉽게 할 수 있는 건,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강요라고 생각한다. 낙태 문제는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이 대립하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과 태아를 낙태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가 근본적인 문제다. 여성이 어떠한 환경에서 임신했어도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출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낙태 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은 없다. 준비되지 않은 사회가 있을 뿐이다.

 

경희대학교 정완(법학부) 교수

Q.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미혼모와 미혼부를 위한 정부의 주요 지원 정책을 말해달라

현재 정부는 여성가족부 등에서 임신 및 출산 양육 및 생계 주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입소형 미혼모 시설이 전국 20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설입소를 하지 않은 미혼모를 대상으로는 전국 17개소 거점기관을 통해 가구당 연 70만 원 규모로 출산 및 양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등 보건복지부에서 미혼모를 포함한 임산부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미혼모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Q. 낙태죄 규정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보는가

낙태가 가능한 기간에도 낙태를 허용할 것이 아니라 산모의 의사가 철저히 반영된 상태에서 낙태할 수 있는 실질적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만약 허용 기간이 지났다면 불법 낙태가 행해지는 일이 결코 없도록 사회관계망을 가동해서, 보다 철저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미국은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을 기준으로 낙태 허용 여부를 판단하고, 영국은 마지막 생리 기간의 첫날부터 24주 이내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낙태를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 등을 기준으로 해 낙태죄의 성립 여부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외국의 입법례뿐만 아니라 범사회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승화 기자 tmdghk0301@kgu.ac.kr

덧붙이는 글

낙태죄 폐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다. 다양한 주장 속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미혼부·모가 양육하기 좋은 환경과 사회적 인식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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