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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의 힘듦
  • 정아윤
  • 등록 2019-05-27 10:10:13
  • 수정 2019-05-27 10: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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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의 힘든 시간이 끝났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 왔고, 새로운 환경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12년간 새로운 △학교 △학급 △친구 △동아리 등 낯선 집단에서 여러 차례 적응의 기회를 가져왔다. 하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이전의 적응과 확연히 달랐다. 이전에는 같은 지역에서 건너건너 아는 친구들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대학 공동체 내에는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생소하고 낯선 사람들과 장소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도망치고 싶었다.


 ‘적응’이란 비단 기자만의 숙명은 아닐 것이다. 기자에게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세 살 터울의 동생이 있다. 그는 기자가 고등학교 시절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넌 공부 못해서 힘들 것도 없잖아”라며 우스갯소리로 놀리곤 했다. 당시 애써 털어놓은 고민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속상했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일은 평생 공감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던 기자는 동생의 무례함을 웃어 넘겼다. 그러나 얼마 뒤 고등학교에 진학한 동생으로부터 ‘고등학교 생활이 고단하다’는 연락이 왔다. 과거 기자의 고충을 무시하던 동생이 기자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적이지만 동생의 힘듦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 동생의 고민도 ‘적응’이고, 당시 기자도 ‘적응’으로 골머리를 앓았기 때문이다.


 적응이라는 것은 인간의 평생 숙제일 것이다. 기자가 처음 신문편집국에 들어왔을 때, 다른 수습기자들은 기자보다 일찍 들어와 이미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상태였다. 그 사이에서 기자의 자리를 꿰차고 그들과 친해지기는 상당히 큰 숙제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낯선 환경들의 트라우마였을까. 또래에게 말 걸고 대화하는 것조차 망설여지고 두려워 계속 피하고 숨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기자가 걱정하던 신문사 생활과 학과 생활 모두 기자의 일부분이었던 것처럼 편해지기 시작했다. 동기 기자들과 시답잖은 농담도 주고받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공유한다. 또한 함께 기사 작성의 고충을 나누고 저녁 메뉴를 고르며 늦은 밤까지 기사를 마감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됐다는 것을 느낀 게 전부다. 앞으로도 기자에게는 많은 적응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고, 그때마다 또 다른 어려움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그 힘든 순간만 참고 견디면 후에 올 익숙함의 느낌을 알기 때문에 잘 참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정아윤 수습기자│aqswde928@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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