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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영화처럼, 영화를 인생처럼”
  • 편집국
  • 등록 2019-05-14 10:30:59
  • 수정 2019-05-14 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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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많이 하는 인사가 안녕하십니까?”이다. 안녕(安寧)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다. 무엇보다도 일상이 편안한 게 안녕이다. 누구나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고, 잘 즐기길 원한다. 하지만 일상이 편안하면 행복한가? 사람은 일상 속을 살면서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초월의 형이상학적 욕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종교를 믿고 예술을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날마다의 일상이 더 이상은 없는 죽음이다.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게 죽음이고 가장 불확실한 게 언제 죽느냐기에, 죽음이 인간에게 가장 비일상적인 사건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제처럼 오늘의 일상을 산다는 것만큼 다행인 것도 없다. 현재, present의 일상은 어제 죽은 사람이 할 수만 있다면 자신 소유한 모든 걸 주고서라도 얻고 싶은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 모두는 한번뿐인 인생을 산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우리 자신이 배우이자 감독인 내 인생의 영화를 날마다 찍으며 산다. 그렇게 찍은 내 인생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관객이 나 자신이다. 그렇다면 배우이자 감독이고 스스로가 관객인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의 영화를 찍으며 사는 게 행복한 삶이고, 우주에서 지구라는 별에 시간여행을 온 목적이다. 우리는 내 인생의 영화 장면을 찍는 로케이션 촬영을 날마다 하면서 살다가 어느 날 그 배역을 끝내고 세상이란 무대를 떠나는 거로 영화를 종결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이냐는 내 인생의 어떤 영화를 제작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인생의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느냐는 내가 날마다 찍는 영화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에 달려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나는 3년 전에 교양과목으로 <</span>영화인문학>을 개발했다. 하지만 학교 행정의 파행으로 내가 제안한 교양과목을 내가 가르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다. 어처구니없게도 융합교양대학은 그 과목 담당자로 한국고대사 전공자를 임용했고, 그 교수가 저번 학기에 다른 학교 전임으로 떠나는 바람에 그 강좌가 나에게 돌아왔다. 이번 학기부터라도 강의를 할 수 있게 돼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영화란 꿈의 공장이라 불린다. 인간은 꿈과 현실의 두 세계를 사는 유일한 생명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리라는 인간이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허구의 세계를 꿈꿀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인간은 유일하게 자기 정체성을 주어진 실재를 넘어서 꿈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다. ‘현실의 나는 결정돼 있지만, ‘꿈속의 나는 무한대로 가능성이 열려있다. 교육이란 그 가능성의 확대를 목표로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평가는 습득한 지식의 양보다는 상상력의 근육을 측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교육혁신처가 시행하려는 교육인증제도 그런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에 맞춰야지 평가를 위한 평가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

나는 <</span>영화인문학> 강의를 통해 실재하는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꿈을 키우고 싶다. 우리시대 젊은 세대가 한국사회를 헬 조선이라 여기는 가장 큰 이유가 꿈을 상실한 지옥에 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꿈은 사막과 같은 현실을 오늘도 걸을 수 있게 하는 희망의 오아시스다. 인생의 행복은 꿈꾸는 나를 현실의 나로 만들 때 느끼며, 행복한 사회란 그럴 기회를 되도록 많이 보장하는 사회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만든 인생 영화를 본다. 그 영화를 거울로 삼아 내 인생의 영화를 만드는 꿈의 공장에서 인턴의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게 <</span>영화인문학>의 목표다. “인생을 영화처럼, 영화를 인생처럼이 강좌의 모토다. 내 인생의 영화 장면을 만드는 꿈을 갖고 오늘 하루를 사는 게 인생을 영화처럼이고, 영화를 보면서 내 인생의 꿈을 키우고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인생의 장면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게 영화를 인생처럼의 의미다.

봄날이 간다. 일장춘몽(一場春夢) 같은 인생, 경기대인 모두 오늘 하루를 영화처럼 살면서 아름다운 인생의 영화를 만들길 기원한다


                                                                                            김기봉(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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