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언어문화 4중주권의 시대, 각성이 필요하다
  • 편집국
  • 등록 2019-05-14 10:25:53
  • 수정 2019-05-14 10:26:56
기사수정

 우리는 지금 언어가 소멸하고 죽음이 임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투리가 죽고, 소수민족의 언어가 사라지고, 동아시아 공동 유산인 한문의 사용이 위협받고 있다. 사람이 다르고 문화의 특수성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공통어라는 미명하에 영어를 비롯한 특정 언어들만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공통어는 상업용 언어에 불과하다.

 많은 언어학자들이 미래에는 몇 가지의 언어만이 지구상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지구의 불행임을 자각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언어문화의 주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말이다. 일례로 풀이나 나무, 새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언어, 특히 사투리로 불리는 지방어의 사멸에 대해서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지역어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래적으로 획득되는 것이다. 지방인은 그 지역만의 사투리를 모체로 하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자연발생적인 성장과 사회 구성원으로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이해를 위해서는 지방어 사용을 당연시하고 사투리로 삶의 지혜를 습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어는 그 지역의 의식주에 관한 기본적 자질을 터득해 평생의 기본을 형성하게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표준어가 교양인을 선별하는 잣대가 되면서 지방어는 가치를 잃어 가고 있다.

  민족구성원으로서의 민족어 주권은 지방인으로의 주권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이며, 단계적이고 위계적으로 상승하는 주권이다. 이 주권은 표준어를 기본으로 하고, 교육에 의해서 가치관이 형성되지만 이러한 가치관은 근대민족주의의 이념을 중시하고 탈식민주의의 관점을 가지면서 훨씬 강화된 결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특히 문명구성원으로서의 공동문어 주권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 이것은 중세문명권이 소멸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특정한 문명권의 정신문화유산을 공유하면서 이룩된 놀라운 결과이다. 동아시아인으로서의 주권은 전통 중세문명권 시대에 더욱 활성화되었으며 문명권의 주권과 교묘하게 결합되며 이원적 질서를 형성했다. 이중 중국, 한국, 일본, 월남 등이 이룩한 동아시아문명권의 전통과 유산은 오늘날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시아문명권의 일원이었던 일본이 근대에 이르러서 탈아입구(脫亞入歐)의 기치를 내걸고 동아시아문명권에서 이탈했던 전례가 있다. 후쿠자와 유기치의 이념이 이를 분명하게 하면서 일본의 정신적인 탈영토화를 촉진한 일이 높게 평가된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현재 문명권의 질서는 이미 다른 곳에서 구현되었다. 1993년에 결성된 EU(European Union)은 서유럽문명권의 근대 이후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화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영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근대의 패권주의를 행사하고자 브렉시트(Brexit)를 계획했지만 이를 감행하지도, 유보하지도 못해 우스운 결과만을 낳았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모두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각성과 결합이 이루어진다. 동아시아문명권에서의 이와 같은 수단은 보편문어민족어이며, ‘고전한문을 매개로 하여 천하동문(天下同文)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의 언어문화 주권은 지구인의 문화를 회복하고 자각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이를 지구인의 관점에서 지구인의 모든 생명체와 인간, 대접받는 인간과 소외받는 인간, 종교로 말미암아 고통 받는 인간 등을 하나로 통섭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세계의 언어문화를 하나로 단일화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유지하면서 세계로 발돋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세계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인으로서의 언어주권은 곧 문화주권으로 이어짐을 확인했다. 따라서 언어를 매개로 하는 언어문화의 4중주권시대를 살아가는 결단과 각성이 촉구된다. 바르게 보고 판단하여 새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인류 공영의 마지막 보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실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선구자적 지혜가 필요하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