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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건네받은 역사의 펜
  • 신주희
  • 등록 2019-05-14 10: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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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한줄평 : 당신은 아버지라는 역사를 이룩할 준비가 됐는가

 

 아버지란 무엇인가. ‘아버지’라는 울림에 당신의 가슴은 뜨겁게 아려오는가, 차갑게 저리는가. 싸이는 ‘앞만 보며 살아오신 쓸쓸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 ‘쓸쓸했던 뒷모습에 가슴이 아파온다’며 인순이는 노래한다. 이 쓸쓸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노래로 불리면 귓가에 맴돌고 영화에 녹아들면 마음에 돌아 눈물로 터진다. 영화 ‘국제시장(Ode to My Father)’은 러닝타임 내내 아버지의 격렬하고도 은은한 삶을 보여주며 ‘아버지’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영화에서는 6·25 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을 위해 배를 내어주는 미국인이 나온다. 그 배를 타고 주인공 ‘덕수’는 부산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는다. 이후 한국이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며 덕수는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고 돈을 벌기 위해 광부로 떠난 독일에서 만난 한국인 간호사와 부산에서 혼인한다. 혼인의 기쁨도 잠시, 아버지가 찾아가겠다며 기다리라고 했던 ‘꽃분이네’를 지킬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베트남 전쟁 용사로 길을 나선다. 이렇게 간절히 지켰으나, 가게를 팔자는 가족의 요청을 결국 덕수가 받아들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비가 유유히 날아간다. 이는 온전하지 못한 덕수를 돕고 정신적 지주로서 보호하던 덕수의 아버지라는 허물을 벗고 덕수가 비로소 ‘아버지’가 됐음을 나비로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아버지를 정의하자면 그것은 ‘역사’다. 영화 속에서 덕수 아버지는 덕수에게 외투를 벗어주며 “내가 없으면 덕수 네가 이 집안의 가장인기라”라고 말한다. 덕수 아버지는 외투에 ‘가장’을 담아 덕수에게 입혀줬고 덕수는 가장을 입고 아버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덕수가 어릴 때 아버지와 헤어졌지만, 덕수 안에는 아버지가 산다. 우리가 역사 속에 존재하며 숨을 쉬듯이. 덕수는 ‘△성씨 △유전자 △붉게 솟아오르는 피’를 더불어 아버지 자체를 물려받았다. 덕수가 그랬듯, 삶을 살아가며 아버지가 필요할 때 메아리를 던져보자. “아버지 저 잘하고 있죠?” 그 메아리가 역사를 돌고 돌아 돌아오는 날, 당신의 귓가에 비로소 울릴 것이다. “니 얼마나 씨게 고생했는지 다 안다. 내가 너한테 영 고맙다. 내 못한 거 네가 잘 해줘서. 진짜 고맙다” 당신은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됐는가. 그때가 진정으로 역사의 펜을 또 다른 역사의 주인공에 물려줄 때가 온 거다. 비로소 아버지가 되어 당신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날, 스스럼없이 외쳐보자. “아버지, 저 진짜 힘들었거든요. 아버지, 진짜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이다.

 

 신주희 기자 │sin7203@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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