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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기회
  • 편집국
  • 등록 2018-11-20 09: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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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도 이제 한 달여 정도 남겨두고 있다. 금년에 본교는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는 것으로 눈앞에 닥친 큰 고비를 일단 넘겼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환경변화로 전국의 대학들이 여전히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본교도 마찬가지이다. 간단히 말해 ‘미생’인 것이다. 누구는 위기가 기회라 한다. 그러나 낭만적이기만한 문구에 속지 말아야 한다. 오직 진취적인 자세와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도전하는 대학에게만 위기가 기회인 것이다. 그런 태세를 갖추지 못한 대학에게 위기는 절대 피할 수 없는, 분명한 위기일 뿐이다. 우리 대학이 살 길은 무엇인가 밤을 밝혀 고민하고 뼈를 깎아내는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결단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본교가 직면한 위기는 이것만이 아닌 듯하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무사안일, 무능과 게으름은 단지 소악(小惡)일 수 있다. 더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은 부패이다. 대학이 본연의 임무를 잊을 때 넓은 의미에서 대학의 부패가 시작된다. 대학은 영리기관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공공기관이다. 학생은 학문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해야 하고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려고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할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오직 그런 자세를 가진 학생만이 이 대학의 주인일 수 있다. 우리 대학의 학생회는 물론 법인, 교직원들은 단 한사람의 예외 없이 모두가 그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교수가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지 않을 때 그 피해는 일차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에 씻지 못할 채무를 남긴다. 학생들이 재학 중에 최고의 교육을 받고 학교문을 나설 수 있도록 교직원들은 과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 학교의 교육시설이나 기자재는 교육목적으로 유용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최신의 것으로 구비하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경기대학교에서 배우고 공부했다는 최고의 기회를 누렸다고, 그것이 인생의 자부심으로 남도록 대학생활을 만들어 가는데 교수와 학생이 강의실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는가?

 

 좁은 의미에서 대학의 부패는 기회를 오남용하는 것에서 생긴다. 대학의 재정은 교육과 연구 등 목적의 재원으로 사용되도록 엄격한 회계기준이 적용된다. 본교는 이미 십수년 전에 비리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학내에 횡횡하는 소문과 그로인한 불신을 극복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전체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으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 아픈 고통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는가. 무능과 게으름이 소악이라면 공금횡령이나 리베이트, 채용비리 등은 비교할 수 없는 거악(巨惡)이다. 일차적으로 대학에서 불의가 횡횡한다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불의를 바로잡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거나 묵인 내지 방치한다면 그러한 임무방기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점에서 또다른 불의이다. 이러한 종류의 부패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대학의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며 대학 구성원들에게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한다. 사람들은 무엇이 옳은지에 관해서는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하지만, 무엇이 불의인지에 관해서는 쉽게 의견일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헌법에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의 하나로 불의에 저항하는 민족임을 들고 있다. 부패에 실망한 인심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는데도 안이한 인식으로 때를 놓치면 분노의 쓰나미가 돼 돌아온다는 것은 가까이는 지난 국정농단과 촛불혁명이 증언하지 않는가. 학교 법인과 본부 당국은 국가와 사회 앞에 본교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자각하고 무엇보다 이러한 종류의 부패가 대학 사회에 일절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대학 사회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학교행정의 바탕 위에 비로소 건전하고 진취적인 교육과 충실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 개교 71년을 맞이한 본교가 도약을 위해 강점과 약점을 차분히 분석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 시점에 무엇보다 아쉬운 것이 재원의 부족 문제이다. 비리대학이 아니라 정상대학으로 거듭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에 과거의 실패를 망각하고 또다시 되풀이하고 만다면 본교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경기도를 대표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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