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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멋을 되살리다, 남산골 한옥마을
  • 문예슬
  • 등록 2018-10-22 09: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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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의 풍경과 함께하는 산책
가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이제 막 뜨거운 여름이 지나 유난히 날이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당신의 차가운 도시 생활을 환기시켜줄 도심 속 공간이 있다. 바로 남산골 한옥마을이다. 기품있는 한옥들과 조상들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전통공원, 그리고 서울의 1000년을 담은 타임캡슐광장까지. 다양한 매력을 가득 품은 남산골 한옥마을을 거닐어보자.


도심 속 현대인의 안식처 

 남산은 서울의 상징으로 서울 중간에 위치한 산이다. 남산의 과거 이름은 목멱산인데 경복궁 건설 후 도성의 남쪽에 위치한 산이 돼 이름이 남산으로 바뀌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서울시에 산재해있던 한옥들을 오늘날 남산의 북동쪽 대지에 이전 및 복원해 탄생했다. 이곳에서는 각 한옥에 살았던 사람들의 신분성격에 걸맞은 가구 등을 배치해 선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본교 서울캠퍼스에서 남산골 한옥마을로 가려면 서대문역에서 지하철 탑승 후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 충무로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또한 수원캠퍼스에서 출발할 경우 광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양재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 충무로역에서 내려야 한다. 충무로 역에 도착해 4번 출구로 나오면 한옥마을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한옥 속속들이 파헤치기 

 표지판을 따라 남산골 한옥마을에 도착했다면 종합안내도를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 전체 마을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 종합안내도는 넓은 규모의 한옥마을을 차근차근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옥마을을 본격적으로 탐방해보자!

  이곳에서는 다섯 채의 한옥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입구에서 오른쪽에 떨어져 있는 가옥은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여했던 도편수1) 이승업 이 1860년대에 삼각동에 지었던 가옥이다. 해당 가옥은 조선 후기 서울의 주거문화와 당시의 건축 기술을 잘 보여주며, 안채의 부엌과 안방 쪽은 반오량2)으로 지붕 길이를 다르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이승업 가옥을 나와 좌측으로 돌면 김춘영이 1890년대에 지은 삼청동 오위장3) 김춘영 가옥이 나온다. 전형적인 평민의 주택형식으로 지어졌지만 인구 증가로 주택 밀도가 높아지는 서울의 도시적 상황에 적응한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대문간이 바로 트이지 않고 꺾어 들어가며 건물을 교묘하게 조합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김춘영 가옥에서 담벼락 사이로 뚫린 문을 지나면 관훈동 민씨 가옥을 볼 수 있다. 이 가옥은 민영휘의 저택 중 일부이며 안방과 부엌이 나란히 배치된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서울 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최상류층 주택의 면모이다. 다음으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가옥인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이다. 윤택영은 조선시대 27대 왕인 순종의 장인인데, 순종은 제사를 지내러 윤택영의 가옥에 머물러야 했다. 이때 순종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윤택영이 만든 재실이 바로 이것이다. 해당 가옥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형태로 ‘元(원)’자형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 가옥은 옥인동 윤씨 가옥이다. 다른 가옥과는 다르게 전체 가옥을 이전하지 못하고 건축양식을 본떠 조성했다. 규모가 큰 ‘ㅁ’자 형 안채에 사랑채 구실을 하는 마루방과 대문간이 더해져있으며 안채 앞쪽의 기둥머리를 익공4)으로 치장했다.   

 오솔길을 따라 여유속으로, 전통공원
 
 다섯 가옥을 모두 살펴봤으면 이제 전통정원 속으로 들어갈 시간 이다. 이승업 가옥 옆으로 가면 숲으로 가는 문이 하나 존재한다. 문을 지나 오솔길을 쭉 걷게 되면 남산골 한옥마을의 전통정원이 나타난다. 이 곳은 서울의 급격한 경제적 발전으로 인해 남산의 정자나 연못이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해 실행된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바로 남산의 옛 모습인 △계곡 △정자 △연못 을 복원해 전통양식의 정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오솔길을 걸어가다 보면 4각 초가 정자인 피금정이 나타난다. 다른 누각들과 피금정의 차이점은 피금정 앞 공터에는 전통놀이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투호 △윷놀이 △제기차기△팽이치기 활동을 하며 선인들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한옥과 반대편 길로 걷다 보면 관어정과 관어지가 나온다. 짚 지붕을 얹은 4각 정자에서 유영하는 물고기의 모습과 산에서 흐르는 물 이 물레방아를 통해 연못으로 다다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 마치 집 앞에 연못이 존재하는 듯한 친근감이 느껴지는 연못이다. 이곳에서 잠깐의 풍류를 즐긴 후에 대각선 위의 샛길로 오르면 6각 정자인 청류정이 나온다. 청류정은 한옥마을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정자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목에 위치한다. 흐르는 물과 주변 풍경을 옛 선비처럼 감상이 가능한 전통공원 속 가장 고요한 공간이다. 전통정원의 마지막 도착지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가장 큰 정자인 천우각이다. 천우각은 조선시대에는 계곡 옆에 있어 여름철 피서를 겸한 놀이터였다. 또한 여러 사람이 모여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누각으로 유명했다. 

 과거와 미래의 이음길 서울 천년 타임캡슐광장 

  전통정원의 시작점에서 오솔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점차 길이 둥근 모양으로 변한다. 광장으로 내려가는 둥근 돌길을 따라가면 길의 웅장한 규모에 놀라게 될 것이다. 광장에서는 가운데에 큰 화강암 원형 판석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원형 판석 속에는 보신각종 모양의 타임캡슐이 묻혀있다. 타임캡슐은 1994년, 서울이 수도가 된 지 600년째를 기념해 묻혔으며 시민 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담고 있다. 이 타임캡슐은 400년 후 개봉될 예정이다. 타임캡슐이 매장된 원형 판석에는 서울시와 자매결연한 세계 12개 도시 시장들의 축하 메시지가 각국어로 적혀 그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1)  조선후기 건축공사를 담당하던 기술자의 호칭으로 각 분야의 책임자인 변수    
2) 한식 지붕틀에서 전면을 5량으로 후면은 세 마루식으로 꾸민 지붕틀 
3) 오위의 군사를 거느리던 장수
4) 목조건축물의 기둥 위에 새 날개처럼 뻗어 나온 부재   






글·사진 문예슬 수습기자│mys0219@naver.com
 


덧붙이는 글

이렇듯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한옥과 자연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후손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의 운치를 한껏 즐기며 산책하고 싶다면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멋진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로 산책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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