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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야간잔류 제한, 왜 사전협의 없었나?
  • 임진우 기자
  • 등록 2018-10-08 09: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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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과 편의 그 기로에 서다
△단과대학 통합 △총학생회 폐지 △졸업식 폐지에 이르기까지 유독 서울캠퍼스에서는 많은 사항들이 본교의 일방적인 통보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방적으로 야간잔류가 제한됐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다.

 

굳게 닫힌 학생들의 문

 

 지난 14일 밤 서울캠퍼스는 갑작스럽게 캠퍼스 내의 모든 출입구를 폐쇄했다. 이후 본교 측에서는 오후 10시부터 학생들의 잔류를 금지한다고 공지하며 만약 야간잔류 신청 시 자정까지 잔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생대표들은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모았다. 서명운동을 진행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과의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래 본교에서는 학내의 변화가 생길 경우 학생들과 협의를 거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야간잔류 제한은 학생대표와의 사전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됐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적절한 사전공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더불어 야간잔류 제한으로 인해 야간에 작업이 많은 예술대의 경우 피해를 보게 됐다. 본교의 △연기학과 △미디어영상학과 △전자디지털음악학과 △애니메이션영상학과는 작업이 많은 학과 특성상 밤늦게까지 교내에 남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번 야간잔류 제한으로 인해 야간작업이 불가능 해졌고 이에 학생들은 자신들의 작업공간을 잃게 됐다. 실제로 조영호(미디어영상·1) 군은 “학생들에게 사전공지가 없어 당황스러웠다”며 “야간잔류 제한으로 인해 작업을 못하게 돼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뒤늦은 논의를 거치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학생들은 본교 측 태도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 19일, △관광문화대학 관광대 한정수(관광개발·3) 회장 △관광문화대학 예술대 정인영(연기·3) 회장 △교학팀 박병한 과장 △교학처 정필환 담당관 총 4명이 모여 야간 잔류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해당 논의에서 학생대표들은 466명의 서명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했고 1시간의 논의과정을 거쳐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우선 자정 이후 잔류를 원하는 경우 야간잔류 신청서 작성 시 가능 하다. 개인 및 학과활동의 경우 학과사무실에, 동아리 활동은 교학팀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야간잔류 신청시간은 오후 9시까지이며 교내 출입구는 오후 11시 30분부터 폐쇄될 예정이다. 만약 외부로 나가야할 사유가 생긴다면 경비원에게 요청할 경우 가능하다고 공지됐다. 하지만 아직 학생들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 사항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동아리연합회 양두혁(경제·4) 회장은 대자보를 통해 본교의 일방적 통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야간잔류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본교 측의 입장은 어떨까. 이에 교학팀 박병한 과장과 관리지원팀 오세철 과장을 찾아가봤다.


교학팀 박병한 과장


 야간잔류 제한에 대해 사전에 학생들에게 공지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교내의 문을 폐쇄하는 것이 관리지원팀의 업무이기 때문에 교학팀과 업무상 차이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학팀에서도 이렇게 빨리 폐쇠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현재 학생대표들과 논의를 거쳐 △학과활동 △동아리활동 △개인 활동의 경우 신청서를 제출하면 자정 이후 잔류를 허락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여러 장소에 잔류할 경우 구체적인 사유와 잔류시간 등을 기재하면 검토 후 승인할 예정이다. 이때 잔류시간은 오로지 작업에 필요한 시간만 기재해야 한다. 본교에서는 오로지 작업을 위한 목적으로 잔류를 허락하는 것이며, 이외에 작업을 마친 후 교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금지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꼭 학생들을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시험기간에 3주, 축제기간 동안은 24시간 본교를 개방하며 앞으로도 유동적으로 야간잔류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야간잔류를 제한하면 학생들과 본교 모두 불편할 수 있지만 학생들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불편할지라도 서로가 조금씩 감내하며 이해해갔으면 좋겠다.

 

관리지원팀 오세철 과장

 

 원래는 학기 초부터 야간잔류를 제한하려고 했지만 승인이 늦어져 지난 14일부터 제한하게 됐다. 그렇기에 갑자기 제한했다기보다는 예전부터 계속 시행돼오던 규정을 다시금 운영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야간잔류를 제한하게 된 계기는 요즘 안전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캠퍼스에 외부인이 출입해 목욕을 한다거나 여학생을 놀라게 하는 일이 있었다. 이외에도 변기의 부품을 훔쳐가는 등 교내에서 여러 사건이 발생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제한하게 됐다. 앞으로는 화재가 발생했을 시 학생들의 인원파악을 통한 구조 활동 등에 야간잔류 신청 내용이 사용될 예정이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야간잔류 신청서 제출을 시행하게 됐다는 본교 측의 입장.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야간잔류를 접하게 된 학생대표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관광문화대 예술대 정인영 회장

 

 야간잔류 제한 소식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된 건 지난 16일이었다. 동아리연합회 회장님에게 전해 듣기 전까지는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안전을 위한 규정이라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그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안전상의 이 유로 야간잔류를 제한하면서 왜 시험기간에는 본교를 24시간 개방하는지 모르겠다. 시험기간에도 위험한건 마찬가지일 텐데 말이다. 오히려 안전문제라면 경비원을 늘리는 등 본교 측 조치를 통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교에서 극복해야 할 일을 학생들에게 제재를 가하며 운영하게 된 것 같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편의사항도 고려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현재 내가 재학 중인 연기학과는 수업이 끝난 저녁에 연습이 시작돼 자연스 레 벽까지 연습이 이어진다. 이 때 새벽연장은 허용하되 취침을 금지한다면 로비나 소극장에서 취침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와 같은 일이 더 위험한 사고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동아리연합회 양두혁 회장

 

 야간잔류 제한 소식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처음으로 접하게 됐고 공식적으로는 17일 교직원을 통해 통보 받았다. 그러나 예술대에 속한 학과는 절반 가까이 남아있고 밤샘촬영과 공연연습을 주로 하는 학과 특성상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교 측에서는 새벽에 일정이 끝나도 교내 취침은 금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새벽에 귀가하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다. 차라리 새벽에 일과가 끝나면 교내에서 휴식을 취한 후 날이 밝았을 때 귀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본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야간잔류를 시행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아무런 공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취재도중 기자가 접한 정보에 따르면 예술대 학생들이 관광대 학생들에 비해 성명서에 몇 배 가량 많이 서명했다고 한다. 서울캠퍼스에는 관광대의 구성원들이 더 많음에도 말이다. 소속 학과에 상관없이 좀 더 학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나아가는 서울캠퍼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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