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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율개선의 의지와 역량, 시스템은 갖추고 있는가?
  • 편집국
  • 등록 2018-09-18 12: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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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교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모처럼 안도감을 갖게 한 쾌거다. 구성원들이 합심 노력한 결과다. 그러나 이번의 성과는 새로운 출발점일 뿐이다. 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구조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공이 대학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제 대학 구성원의 지혜와 능력을 모아 본교의 여건과 특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 당국의 리더십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묻고자 한다. 본지 1011호는(2017. 11. 13 발행) 작년 말 사설을 통해 재단이 일상적 대학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개입을 하지 말고 총장의 발전전략과 경영목표 약속에 힘을 실어준 후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자는 논지를 편 바 있다. 이제 총장 임기의 1/3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실적 평가는 다소 이를지 모른다. 그러나 대학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기에 리더십이 가진 비전과 전략, 진정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재단은 여전히 재정적 지원과 정신적 뒷받침이 되기보다 교란요인처럼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총장을 위시한 집행부는 교육부 지침의 숫자를 맞추는데 급급할 뿐, 무기력하고 갈팡질팡하는 형국은 아닌가? 최근 총장은 전 교수가 1년에 단 2차례 모이는 세미나에서 대학발전의 비전과 의지를 피력하는 대신에 이번 평 가 결과가 우리 대학이 국내 대학 중 칠십 몇 %에 든 것에 불과하다는 교수회의 비판을 반박하고 육십 몇 %내에 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소중한 시간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본교 구성원들은 학교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지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었다는 평가결과를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에 자존심이 크게 상하고 자괴감까지 느낀다. 총장으로서 대학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그리고 조직을 책임지고 있으면서 마치 자신은 구성원이 아닌 듯 유체이탈식 화법을 구사하는 언행은 아니었는지 우려스럽다. 이런 식으로 하여 4차 산업혁명의 격랑을 헤쳐가야 할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어쩌려는가. 평생 본교 졸업생으로 살아갈 우리 동문들의 명예는 어찌되는가. 젊은 교수와 직원들의 삶터는 이래도 오래도록 보전될 것인가.

 

 자율개선대학 선정은 재단과 총장의 리더십 덕분이라기보다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위치 등 객관적 조건, 평판, 구성원의 협력으로 이뤄졌다고 여기고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집행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특성화는 급조되고 또 국제화는 표류하고 있지 않은가? 구성원과 진정성으로 소통해 구조개혁의 물꼬를 트기보다 소액의 예산 배정에 의한 잰걸음으로 과연 진정한 특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학생들의 글로벌역량을 함양하고 외국인 학생들의 교육·학습 환경을 개선하면서 국제화의 기본에 힘쓰기보다 자국 사정으로 학위가 필요한 외국 대학 교수들을 집중적으로 모집하겠다는 식의 발상이 위험스럽지는 않은가? 교육과 연구를 지 원하는 서비스가 본분인 행정부서가 온갖 규정과 절차를 내세우며 새로운 일은 안 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데 익숙하지는 않은가? 대학의 본령인 교육과 연구, 봉사에 충실하여 그 성과가 언론에 보도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리기업이나 정치인처럼 홍보를 주목적으로 하는 주객전도식의 접근에 주력하는 것은 아닌가?

 

 총장과 집행부는 우선 교육과 연구의 성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대학 인프라를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대학이 장기적 시각에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공구조를 실현할 대책을 고민하고 학내 공론에 부쳐야 한다. 선진 대학들이 공학, 자연과학, 경영학 등에 초점을 맞춰 학문 간 융합과 학제적 교육·연구를 시도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어떤 교육 포트폴리오에 포지셔닝해야 할 것인지 책임있는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창의성, 융합능력과 감성이 요구됨에 따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인문학과 교양교육을 어떤 원칙과 체계로 운영할 것인지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대학’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서둘러 명확한 비전과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힘써 실행할 수 있도록 젊고 유능한 인재를 불러 모아 자율개선의 의지와 역량,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하여 이번 자율개선대학 선정이 본교 발전과 도약을 위한 탄탄대로의 초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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