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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행정 체계, 서비스조직으로 거듭나야
  • 편집국
  • 등록 2018-06-04 16:54:44
  • 수정 2018-06-04 16: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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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다시 한 학기를 마무리할 시점이 됐다. 대학에서는 한 해가 학기 단위로 나눠지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대학의 한 구성원이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보다 대학을 둘러싼 세상은 훨씬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는 대학 교육의 질적 전환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재정의 한계 △자율의 제약 △자체 혁신의 부진 등으로 대학의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아직 대학의 거버넌스가 안정되지 못한 본교의 경우 “New Start”의 슬로건이 그저 화두에 머물고 있는듯해 안타깝기만하다.

 

 그렇다고 그저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대학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 △학습과 성장 △나눔과 봉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을 관리와 통제 중심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학교육이 미래 세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대학의 사회적 기능이 한국과 세계의 미래를 향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의 구성원들은 막중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여건에서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시각에서 대학행정 체계의 서비스 중심 개혁은 중요하고 절박한 과제다.

 

 어느 교수는 자신이 민원인이고 행정담당자들이 공무원이라 생각하면 원만하게 대학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고 자조한다. 국내· 외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던 어느 객원교수는 이렇게 교·강사들을 통제하고 민원인처럼 대하는 조직은 처음 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휴일 때문에 모든 강좌가 보강을 실시하는데 전체 교수들에게 각각 보강계획서를 제출해 결재를 받게 한다. 전임교수들은 조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한두 학기, 한두 강의를 맡는 교·강사들이 △보강 △실습 △현장방문 등과 관련해 겪는 혼선과 비능률은 교육 준비에 전념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외에도 강좌의 개설·폐강, 분반 등 수업의 운영과 교과와 비교과의 교육과정 운영이 불투명하고 행정 편의적인 대학 관료주의의 수중에 맡겨져 있다.

 

 최근 집행부가 상당한 재정을 투입해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결정을 공표했다. 대학행정의 혁신을 위한 과감한 결정에 지지를 보내는 한편, 그러한 노력의 진정성과 성공 조건에 대해 우려를 갖게 된다. 대학구조의 개혁이 땜질식 미봉 수준에 머물러 있고 행정혁신에 관한 밑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 중심의 정보시스템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국내·외, 공공과 민간 부문의 무수한 정보화 프로젝트의 결과가 확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익과 안일의 추구가 아닌, 학생 장래와 대학 발전의 관점에 의한 전공구조 개편, 교육과 연구의 핵심기능 내실화를 포함한 대 학구조 개혁이 선결돼야 한다. 대학의 행정체계가 교육과 연구, 학습 등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 대학 행정 조직은 서비스조직이고 보직교수를 포함한 행정담당자들은 서비스요원이다. 구성원들에게 군림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말고 지원하고 봉사하는 직무와 절차를 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존 제도에 대한 개선점을 제안하면 무슨, 무슨 규정 때문에 안 된다는 반응으로 시작하지 말고 그 제안이 대학기능의 발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하고 우선순위가 높다면 함께 논의하고, 규정을 고치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정보화해 간소화하면 대학본부와 단과대학 등의 부서 및 직무 간 인력 배치를 조정하고, 새로운 필수 역할을 창출할 수 있다. 전자결재 시대에 결재만 하는 자리는 불필요하다. 최근 공표된 보직·직무 자진추천제는 새로운 시도로 기대되기도 하지만 자리를 추구하는 사람보다 유능하고 성과를 내는 인재의 확보에 초점을 맞춰 적정하게 운영돼야 한다. 교육부를 핑계로 정부규제를 학내에서 반복하거나 오히려 확대·강화하는 관행 역시 시정돼야 한다. 이번 방학에는 구성원들의 진지한 고민과 숙의를 통해 대학 행정체계가 서비스조직으로 거듭나서 본교 도약의 견인차가 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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