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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과 남북 스포츠교류
  • 편집국
  • 등록 2018-06-04 16: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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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 이상 지속된 분단으로 인해 남북 간에는 △ 정치 △경제 △사회 △문 화 등 다방면에 걸쳐 이질화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규칙과 경쟁 속에서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말하는 스포츠는 남북관계 개선의 가장 효과적이고 실효적인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 첫 번째 마중물이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스포츠의 소프트파워(하버드대학교 Joseph S. Nye 교수)를 보여준 역사적 사례가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긴장과 반목으로 바짝 말라있던 남북 관계에 평화의 기운을 돌게 했다. 남북이 하나가 될 것 같지 않던 메마른 땅에 화해와 협력의 샘물을 솟게 하는 마중물이 돼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개설 △ 북중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으로까지 이어지게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채택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도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해 각계각층의 다방면 협력과 교류·왕래,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스포츠가 선제적이고 실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또 다시 한 바가지씩의 마중물을 부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탁구가 첫 신호탄을 울렸다.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 참가한 한국 여자 대표 팀은 북한과 8강 대결을 하지 않고 단일팀을 꾸려 ‘코리아’로 준결승에 나갔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이다. 6월 평양오픈과 7월 코리아오픈에 교차 출전도 기대가 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8.18~9.2)에 △ 탁구 △농구 △유도 △체조 △정구 △카누 △조정 △ 핸드볼 등의 협회가 단일팀 구성 실현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엔트리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다른 출전 국가와의 형평 성 문제)과 우리나라 경기단체 사정 등으로 인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개폐회식 남북 공동입장은 가능할 것 같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 팀이 구성되는 과정에 협회와 선수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협회와 선수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선수들의 연금이나 병역 문제와 같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열려 남북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이 잇따라 마련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예술단 평양공연 때와 정상회담 중에 경평축구보다 농구 교류를 제안했다. 농구는 1999년 유경정주영체육관 기공 기념행사로 현대 남자팀, 현대산업개발 여자팀이 서울과 평양에서 경기를 했고 2003년에는 개관 기념행사로 평양에서 경기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 3월 전국 체육인대회 친필 서한에서 언급한 △여자축구 △마라톤 △유도 △권투 △레슬링 △역도 △ 탁구 △기계체조 △양궁 등 9개 종목과 남북 상호 전략종목이라 볼 수 있는 △사격 △농구 △ 태권도 등도 향후 추진 가능한 종목이다.

 

 그러나 남북 스포츠교류는 단기적 성과만을 노리는 단발성 이벤트가 돼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교류, 스포츠만의 개별 교류보다 문화관광이나 보건의료와 함께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교류가 바람직하다. 그래야 제대로 정착하고 통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선 (스포츠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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