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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꾸로 가야한다
  • 편집국
  • 등록 2018-06-04 16: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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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미앵’이라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저녁에는 제모를 하고 아침에는 무슨 옷을 입을지 한참 고민한다. 결국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남자는 직장으로 가는 길에 지나가는 여자들의 희롱을 경험한다. 직장에서 여자 상사는 그에게 ‘넌 남자치고는 너무 똑똑해’라고 말하고, 그가 그 말에 화를 내자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해고당한 남자는 남자들과 잘 때마다 전리 품을 모아 전시해두는 여자 작가의 비서 일을 하게 된다. 남자는 그런 여자가 싫지만, 작가는 다른 남자들처럼 조신하게 굴지 않는 남자에게 관심을 가진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남자는 여자가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자는 충격에 빠져 술집으로 들어가 술을 진탕 마시고, 주변의 여자들은 취한 남자를 희롱한다. 싫지만 힘이 빠져 거부하지 못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너도 좋지’라며 웃는다. 늑대 같은 여자들의 사회 속에 던져진 ‘보통’ 남자와는 다른 이 남자는 과연 어떻게 될까?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혹시 이상함 이나 역겨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위의 글은 진정한 여성우위사회가 된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의 간략한 내용이다. 현대에서 남성들이 누리고 있는 권력들을 여성이 가지게 된 세상에서 살아나가는 남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혐오 △페미니즘 △남녀차별. 이것들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어디에서나 대두 되고 있는 키워드들이다. 현재 우리는 끊임없이 ‘성평등’, 그리고 ‘여성혐오’에 대해 갑론을박 하고 있다. 여성들은 이제 여성 대상 강력범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관습처럼 굳어온 남성위주의 사회와 여성을 향한 성적 착취에 대해, 그리고 사소한 일상에서까지 불편함을 인지한다.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그러한 삶을 완벽히 공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난다. 밖에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마음을 졸이는 여성의 경험에 공감하지 못하고, 남성으로 존재하는 지위로부터 나오는 데이트 폭력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다수는 ‘그게 왜?’ 라고 묻 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를 추천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실제로 다른 성별이 돼 볼 수 없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영화의 주인공 다미앵은 남자로서의 권력을 유용하게 누리고 살아가던 남성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이 △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무시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 검열하던 여성의 삶을 겪는다. 영화를 통해 우리 현실 속에서 여성이라는 인격체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다.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곧은길로 달려 가고 있는 기차 안에서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 사회가 기차처럼 달려가고 있는 길은 한 참이나 잘못 틀어진 길이라고 느꼈다. 이 글을 읽으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뭐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인지를 모르겠다면 당신도 당신의 삶에서 한번쯤은 거꾸로 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현대 사회의 방향과 거꾸로 가야한다. 우리가 거꾸로 가는 사회로 가도 바르게 가던 사회와 전혀 차이가 없다면 그 때는 거꾸로 가는 것을 멈춰도 된다. 다미앵이 거꾸로 된 사회에 가서도 똑같은 옷을 입고 똑 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위치에서 연애를 할 때, 그때는 거꾸로 가는 것을 멈춰도 된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끝없이 거꾸로 가야 한다.

 

 

김한슬 (문예창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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