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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닐기 좋은 성수동 ‘수제화 거리’
  • 김희연
  • 등록 2018-06-04 16: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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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인들의 삶을 엿보다
‘좋은 구두는 사람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이 있다. 그런 구두를 제작 중인 성수동 수제화 장인들은 디자인 단계부터 마지막 출고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완결된 시스템을 구축해 ‘성수동=수제화’라는 상징을 지켜냈다. 이에 기자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들이 밀집한 성수동 일대를 직접 가봤다.

 

수제화 중심지인 성수동은 어디에?

 

 20년 전만해도 성수동 거리는 대한민국 수제화의 중심지였다. 수제화 장인들이 만든 신발이 성수동 거리를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기성제품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성수동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제화 장인들은 국내 최 대 수제화 산업 지역이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 성수동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빈티지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에게 떠오르는 명소로 거듭났다. 이에 기자는 대학생으로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있는 거리와 장인들의 손길이 묻어있 는 수제화를 만나고자 성수동으로 향했다.

 

 우선 본교에서 성수동으로 가는 길은 다음과 같다. 서울캠퍼스는 충정로역(2호선)에서 지하철로 20분 이동해 성수역에 도착하면 된다. 반면 거리가 조금 먼 수원캠퍼스는 광교역(신분당선)에서 지하철 탑승 후 강남역(2호선)에서 한번 환승해야 한다. 그렇게 성수역에 도착하면 총 1시간 6분 정도가 소요된다.

 

역 안의 작은 구두 박물관, 슈스팟

 

 성수역에 도착했다면 바로 출구를 향해 가기 전, 역사 내 2번 출구 근처에 전시돼있는 ‘슈스팟(SHOESPOT) 성수’를 살펴보길 바란다. 이곳은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곳으로 수제화 거리를 만나는 첫 관문이다. 성수동이 수제화의 성지가 되기까지 약 49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시작에는 한국의 최신 유행을 선도한 명동의 구두골목이 있었다. 하지만 명동 구두점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구두공장들은 서울일대에서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많은 구두 관련 업체와 가게 등이 성수동에 뿌리를 내렸고 덕분에 성수동은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구두 장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역사 내 통로에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역사와 정보들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를 포함한 각종 볼거리가 전시돼있다. 이외에도 △수제화에 대한 간단한 상식 △우리나라 수제화 산업의 변천사 △장인들의 구두 제작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 등을 만나볼 수 있어 천천 히 둘러보고 가는 것도 추천한다.

 

본격적인 수제화 거리 탐방

 

 앞서 슈스팟을 통해 역사를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직접 수제화와 부재화를 살펴볼 차례다. 현재 성수동에는 350여개가 넘는 수제화 완제품 생산업체와 100여개의 중간 가공·원부자재 유통업체가 있다. 한국수제화 제조업체의 70% 이상이 밀집돼있는 성수동에는 곳곳에 다양한 수제화 가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성수역 1번과 2번 출구 사이에 있는 유명한 수제화 거리 두 곳을 소개하겠다. 먼저 ‘From SS’는 ‘성동구 성수동으로부터’라는 뜻으로 성동구청에게 인정받은 7명의 장인이 모여 있는 수제화 거리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쉽게 매장 옆을 지나다니면서 장인들이 가죽과 가죽을 연결해 신발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트렌드에 맞춘 수제화를 리폼 및 수선하는 전문 가게가 따로 있어 기존의 신발을 재탄생시켜 새것 같은 신발을 가질 기회도 제공한다. 계속해서 걷다보면 또 하나의 수제화 거리를 만날 수 있는데 바로 from SS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 성수 수제화 타운’인 ‘SSST’다. 앞서 From SS는 구두 장인들의 개별 매장이라면 SSST는 11개의 구두 공방이 비영리단체인 서울성동제화협회와 손잡아 설립한 공동 매장이다. 이 매장은 높은 수수료와 유통의 거품을 제거해 설립 7개월 만에 매출 5억을 달성하면서 행정안전부의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기자는 이곳에서 편하게 신발을 신어보고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구두가 다 같아 보여도 바느질 모양이나 가죽의 색에 차이를 둬 희소가치가 있는 신발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기성제 품과 맞춤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므로 여러분도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구두를 구경해보길 바란다.

 

 매장에 진열된 완제품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수제화의 뼈대를 완성시키는 재료가 가득한 부재화 거리를 가봤다. 길게 늘여선 부재화 거 리에는 △가지각색의 가죽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모양의 힐 △큐빅이 나 펜던트를 활용해 각자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액세서리가 진열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항상 만들어진 기성품만 봐온 기자에게는 신발의 형태가 갖춰지기 전의 모습이 생소하고 신기했다. 또한 조용한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죽을 재단하거나 구두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만드는 위잉위잉 공장 소리가 정겹게 다가왔다.

 

공원과 벽화로 작은 여유를 느끼다

 

 마지막으로 구두 테마공원에 가는 길에는 곳곳의 벽화로 일석이조 의 관람을 즐길 수 있다. 부재화 거리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구두 테마 공원은 1998년 악기 공장 터에 조성한 근린공원을2015년에 다시 한 번 꾸민 곳이다. 기자는 비록 공사 중인 공원에 당황했지만 다행히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구두 조형물과 45년 동안 수제화 제작 및 수선 경력을 가진 박창수 구두 장인의 동상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한편 동네 사람들과 관광객의 쉼터인 공원에서 매년 가을에 수제화를 할인해 판매하는 ‘슈슈마켓’이 운영된다고 하니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였던 사람들은 여기에 주목하길 바란다.

 

 더불어 성수동 일대를 걷다보면 구두를 소재화한 익살스런 벽화와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다만, 벽화와 조형물이 길 따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게마다 띄엄띄엄 존재했기 때문에 기자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빠르게 돌아다녔다. 혹시나 벽화를 구경하고 싶다면 길을 걷는 시간이 상당하므로 기자와 달리 조급한 마음보다는 여유를 가지며 다양한 벽화를 감상했으면 좋겠다. 하나의 작은 팁이 있다면 구두를 형상화한 조형물은 건물 위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하늘을 보면 발견 할 수 있다. 아마 처음에는 찾기 힘들더라도 마치 작은 동네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눈이 즐거울 것이다.

·사진 김희연 기자│khy968@kgu.ac.kr



덧붙이는 글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오랜 역사와 함께 수제화의 이야기를 기록 중이다. 과거의 빈티지함과 현대의 세련됨을 한 번에 느끼고 싶다면 현장 속으로 들어가 구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신발이 편하면 발의 존재를 잊는다’는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세상이 정한 크기에 맞춰 신발을 신고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바쁜 세상을 뛰는 자신의 발에게 수제화를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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