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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고 미워함'
  • 한민주 경기대신문 편집국장
  • 등록 2018-05-21 13: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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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의 사전적 정의다. 이 단어에는 자극적인 감정이 담겨 있다.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임은 확실해 보이며 이 감정이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혐오스럽다’는 표현 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유독 요즘 따라 사람들이 외치는 이 단어가 익숙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혐오의 대상이 특정 인물을 넘어 불특정 다수의 집단에게로 향하고 있다. 혐오하는 현상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혐오하는 집단의 범위가 늘어나는 듯하다. 자신이 무엇을 혐오하는지 굳이 드러내 보이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사람들은 내면의 혐오를 감추거나 금기시하지 않고 서 슴없이 표현한다. 이를 증명하듯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극도로 혐오스럽다’는 뜻의 ‘극혐’과 명사 뒤에 벌레 충(蟲) 자를 붙인 ‘○○충’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소한 것에도 ‘혐오’를 가져다 붙이는 남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해당 표현이 담기지 않은 게시물을 찾기 힘들어질 만큼 현대인들은 이 감정에 대한 일종의 면역력 까지 키워 나가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놓은 잣대로 섣불리 혐오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판가름하다간 혐오로 뒤덮인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책 ‘혐오와 수치심’을 쓴 마사 너스바움은 “우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를 주의 깊게 구분해 그 들이 저지른 나쁘거나 유해한 행위를 비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람과 행위에 대한 혐오의 분간이 필요함을 방증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으며 그 누구도 타인의 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혐오스럽다는 단어를 무심코 내뱉기 전, 잠시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보는 것은 어 떨까. 누군가를 혐오하는 행위 또한 본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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