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왜 멀어졌나
북한의 군사도발과 핵실험은 남북관계의 냉각의 큰 원인이 됐다. 우선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이던 대한민국의 한 관 광객이 북한 육군 초병의 총탄에 희생된 사건으로 인해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남북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10년 3월에는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1) 인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해 해군 46명이 전사했다. 일명 ‘천안함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북한군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는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직접공격이었고, 따라서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던 심각한 사건이었다. 남북관계 또한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으로 2007년까지 이어졌던 화해의 흐름이 완전히 무너졌다.
상식을 벗어나는 북한의 결정들에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배제하는 선택을 했다. 이전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압박을 주안점에 두는 대북정책을 실시했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수용할 때에만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대북정책에 반영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6년 개성공단을 폐쇄하며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를 중단했고, 이는 남북관계의 단절을 심화시켰다. 이에 대해 본교 윤우람(사회복지‧4) 군은 “결과론적 입장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평화화해 분위기를 봤을 때, 전쟁위기설까지 돌게 했던 이전 두 정부의 대북정책 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갑작스레 바뀐 남북의 방향 ‘대화 시작’
지난해 대한민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굳어가던 남북 관계의 분위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과거 두 정부에 비해 북한에 온건한 태도를 취하는 문재인 정부(이하 정부)가 ‘협력’을 추진하는 대북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의 취임 초기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은 계속됐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기본협정 체결 △남북관계 재정립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을 정책기조로 세운 뒤 북측에 계속해서 관계 개선의 의지를 피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는 북한 측이 올해 1월부터 긍정적 반응으로 협조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바람과 북한 대표팀의 평창동계올림픽(이하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뒤이어 △1월 17일 남북고위급실무회담 개최 △1월 20일 북한 올림픽 참가 및 남북단일팀 출전 결정 △3월 5일 대북특사단 방북 등이 이어지며 남북은 실질적 접촉을 진행했다.
이 중 ‘대북특사단’은 남북화해의 흐름을 보다 좋은 결과물로 발전시켰다. 지난 3월 5일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 △통일부 천해성 차관 등으로 구성된 대북특사단은 1박 2일의 일정으로 북한에 방문했고, 같은 날 오후 6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재개 △북미대화 용의 등의 중요 사항들이 합의됐다.
역사적 결과 가져온 남북정상회담
이러한 긍정적 흐름을 타고 지난달 27일, 대북특사단이 합의한 내용 중 가장 큰 의제였던 남북정상회담(이하 회담)이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개최됐다. 회담 6일 전에는 북한이 핵과 ICBM2) 미사일 개발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며 이례적으로 대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당일 오전 9시 반에 서로를 마주한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시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회담에 돌입했다. 양 정상은 △ 오전 회담 △별도 회담 및 오찬 △기념식수 및 도보다리 산책을 진행한 뒤 오후 6시 회담의 합의문인 ‘판문점 선언(이하 선언)’을 발표했다. △2018년 내 종전선언 논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인 △ 이산가족상봉 재개 등이 선언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3자 혹은 4자 회담이라는 종전 논의의 구체적 방안을 명시하고, 해당 논의의 시기를 올해로 확정하며 역대 어떤 정상회담보다 명확한 종전 가능성을 만들었다. 남북갈등의 중대 요인이었던 핵문제 역시 ‘한반도 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 확인’ 이라는 조항을 통해 긍정적 결과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을 방문한다’는 합의의 내용으로 이전에는 일회성 대화에 그쳤던 회담이 정기적 대화로 격상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대부분 국가 또한 이번 회담과 선언의 내용에 대해 환영의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인의 공식 트위터 로 “한국전쟁은 끝난다!”는 축하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 또한 공식 논평에서 “중국은 △남북간 화해‧협력 △한반도 평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되는 회담의 성과에 축하와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재개된 협력, 남겨진 과제
이번 회담은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끊어져 있던 남북간의 대화를 재개했다는 의미가 크다. 또한 ‘종전’과 ‘비핵화’라는 두 중요 과제에 대해 모두 합의해 향후 더 큰 성과를 얻을 기회를 얻었다. 남북 협력과 관해서는 △남북간 기존 협의 모두 이행 △서해 평화수역 조성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을 선언문에 명시했다. 남북이 회담이나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회담으로 65년간 지속된 휴전 체제와 10년 동안 이어져 온 남북간의 단절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언의 미비점으로 ‘비핵화 관련 내용의 모호성’을 꼽고 있다. 종전의 경우에는 정확한 조건을 명시했지만,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시기나 방법 없이 ‘공동의 목표 확인’이라는 표현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회담 이전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달 중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음에도 다시 핵 보유로 돌아간 전례가 있어 이후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만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직후인 지난달 28일의 전화통화에서 “향후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완전한 비핵화’ 이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협의했다는 점에서 해당 회담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종전 시, 그간 유지돼 왔던 휴전관리체제의 법적 근거 상실로 인해 △주한미군 △유엔군사령부 △해상군사분계선 △국가보안법 등의 지위와 역할이 변경 또는 폐지될 수 있다. 반세기가 넘게 이어져 온 이들 제도와 법을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사전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 기습적인 적의 공격에 대비해 연안 해상을 경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
2)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핵탄두를 장착하고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까지 공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