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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유지돼야 하는가
  • 윤지솔
  • 등록 2018-03-20 10: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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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반 토론으로 살펴보는 국민청원의 빛과 그림자
국민청원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토론을 통해 국민청원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고, 지난 12일 수원캠퍼스 토론동아리 ‘세상바꾸러’와 ‘국민청원은 유지돼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에는 △박지현(문예창작·3) △오지민(컴퓨터공학·2) △백승화(국제산업정보·1)
△이준호(도시교통·4) △한세미(응용통계·3) 학생이 참여했다. 박 양이 사회를 맡은 토론 과정에서 오 군과 백 군은 찬성 측 입장에, 이 군과 한 양은 반대 측 입장에 섰다.



기조 연설 폐지하기엔 일러 VS 사회의 다른 소통 창구 폭 좁아져

찬성 오지민(이하 오 군) 국민청원제도가 실시된 지 8개월정도 지났 다. 아직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폐지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게다가 폐지하기에는 국민청원 제도에 순기능이 많이 존재한다.

반대 한세미(이하 한 양) 국민청원 외에도 △국회 △언론 △시민사회가 사회문제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국민청원제도는 이러한 제도의 힘을 잊게 만든다. 또한 단지 투표수로 정부의 응답을 얻는 국민청원제도에서는 국민여론이 형성되지 않으면 응답을 받을 수 없다. 김보름 선수 퇴출과 같은 감정적인 안건만이 정부의 응답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 토론사회적 약자 목소리 담는 창구 VS 국가 행정력만 낭비할 뿐

반대 한 양 국민청원 제도에 어떤 순기능들이 있는지 자세히 말해 달라.

찬성 오 군 국민청원은 국가 최고 권위기관인 청와대가 답변을 해 주는 제도다. △여성 △청소년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함이나 불편함을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제도 다. 실제로 최근에 미투운동이 불거지면서 우리나라의 성폭력 피해자 들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많이 취약하다는 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리고 이런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내용이 국민청원의 안건으로 올라왔다. 그러자 실제로 정부가 성범죄 처벌 강화와 성범죄 공소시효 연장방안을 발표했다.

찬성 백승화(이하 백 군) 국민청원의 다른 장점으로는 자율권이 확장된다는 것이 있다. 국민청원을 통해 의견을 드러내고 밝히는 것에 대 한 자유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청와대에 청원할 수 있게 되면서 의견을 보다 여러 군데 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즉,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직접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게 된 것이다.

반대 이준호(이하 이 군) 청와대가 최고 권위를 가진 기관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굉장히 잘못된 발상이다. 청와대를 최고권위기관으로 인정하는 것은 대통령이 무엇이든 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는 것과 같다. 이는 시민민주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국민청원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여성권리를 말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같은 청원은 오히려 특정인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로 가시화됐다. 또한 소년법 청원의 경우도 감정에 치우친 청원이 돼버림으로써 격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논의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리는 역효과를 초 래했다. 반대 한 양 국민청원제도는 기조연설에서 언급했던 다양한 단체들 의 존재를 묵살시키는 것이다. 논의의 여부가 국민들의 관심에 맡겨지 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할 일을 국민의 투표로 대신해주는 것과 같다. 게다가 불필요한 안건에 20만 명의 청원이 이뤄진다면 행정부의 행정력이 그 불필요한 안건에 답하는 데에 낭비될 수 있다.

찬성 오 군 불필요하고 말도 안 되는 청원내용 또한 사회의 일부분이고, 정말 불필요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책 반영을 하지 않으면 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나와 답변을 해주는 것뿐이지 여기에 대해 정책 시행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 이 군 정책 반영을 안 할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20만 명 이상 서명을 달성한 정형식 형사 파면과 김보름 선수 국가대표 자격박탈 청원에 대해서는 본인들에게 답변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청원에 20만 명 이상 국민들이 서명했다는 것은 국민의제가 감정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일단 국민청원은 서명의 형태 로 이뤄지고, 반대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으나 거기에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청와대에 말하면 뭐든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문제도 있다. 이것은 본래 역할을 해야 하는 단체들을 무력하게 하고 정부와 시민 사이를 진공 상태로 만드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찬성 오 군 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20만 명 이상 됐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정력 문제는 아직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기 때문에 보완할 수 있다.

반대 한 양 국민청원제도를 참여민주주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 만, 정부와 국민이 너무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한다는 것은 문제다. 여론들이 정부에게만 자꾸 의존하게 돼 국회와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떨어지게 된다.

맺음말 국민 의견 표출할 곳 필요해 VS 절차민주주의 저해하는 결과 낳을 것

반대 이 군 국민청원과 절차민주주의의 회복이 같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 10년 동안 절차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리는 굉장히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그 시스템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청원 같은 제도는 청와대와 직접 대면을 가능케 해 절차민주주의의 강화에 어려움을 준다. 게다가 굉장히 많은 수인 11만 건의 청원이 올라왔는데, 지금껏 답변을 받은 것은 14건에 불과하다. 이는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는 있으나 의견이 실제로 실현되는 건 그 의견의 합당성보다 국민여론에 의지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찬성 오 군 국민청원이라는 것은 게시판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담을 수 있는 제도이자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청원을 통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됐다. 국민들의 의견을 표출할 곳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말처럼 말이다. 제도가 보완돼야 할 문제지 폐지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덧붙이는 글

지금까지 국민청원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국민청원을 향해 일고 있는 여러 논란들이 가라앉기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문제가 해결돼 개선되든, 혹은 폐지되든, 이같은 문제가 국민들에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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