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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베이비박스, ‘유기’와 ‘보호’의 사이
  • 이유림 기자
  • 등록 2018-03-02 09: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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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30일, 광주 북부 소 방서로 유기된 신생아를 발견했 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경 찰과 구급대원이 긴급 출동했고, 해당 신고는 신고자인 여대생이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포기하기 위해 벌인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임신 후 남자친구와 연락이 끊기자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들 것이라 여긴 것이다. 이처럼 홀로 아이를 키우기 벅찬 미혼모이거나 원치 않는 임신 등 여러 사유로 인해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2015년 42건에서 2016년 10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가운데 아기가 길거리에 버려져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 을지 모른다는 염려에서 ‘베이비박스’가 등장했다. 베이비박스란 아기와 함께 아기물품을 넣어 맡기는 시설로서 현재 우리나라에 는 서울 ‘주사랑공동체교회’와 경기도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교회 앞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기면 벨이 울리고 관계자가 데려가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베이비박스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친부모를 찾지 못하는데, 이러한 경우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입양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추가적으로 우리나라에 단 두 곳뿐인 베이비박스 운영 시설 중 한 곳인 군포시 새가나안교회에 방문해 본 결과, 시설의 수준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해당 시설은 개별적인 건물 내부에 정식으로 설치된 것이 아닌, 교회 정문 앞에 지하철 사물함을 연상시키 듯 구성돼 있었다. 베이비박스 내부에 CCTV 및 온열장치 등이 구성돼 있다고는 하지만 마치 아이를 물건처럼 맡기는 것 같은 느낌은 결코 부정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베이비박스는 ‘유기’가 아닌 ‘보호’가 이뤄진다는 특성에 주목받기도 하지만, 길거리든 베이비박스든 아이가 부모의 품에서 떠나 낯선 곳으로 간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단지 아이가 갑작스러운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부모에게 위안을 준다. 즉, 그저 길거리보다 청결하고 따뜻하게 ‘유기’될 수 있다는 미세한 차이가 아기를 위한 것이라 주장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같은 사실에 기대 책임감을 회피하는 환경이 조성돼, 그리 고급진 시설이 아님에도 베이비박스의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바로 지금, 과연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것이 유기된 영아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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