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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에게 듣는 대한민국 소방환경
  • 박현일
  • 등록 2018-03-02 10: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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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이 힘겨우면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

 

 매년 제기되는 소방관 처우실태는 소방인력 현황 등의 관련 통계가 증명했고, 화재진압 직후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소방관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열악한 소방관의 처우에 관한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여주소방서 산북119지역대 김한성 지방소방위를 만났다.

 

 소방관으로서 체감하는 처우 문제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소방관의 인원 편성 시 법령에 의거해 배정하기 때문에 화재발 생이 많은 지역이라고 더 많은 소방관을 배치할 수 없다. 게다가 현재는 법률적으로 정한 인원마저 다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소방관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응급상황 발생 시 구비된 차량 중 몇 대는 출동할 수 없다. 따라서 갖춰진 차량들이 동시에 출동할 수 있을 정도의 인원보강이 필요하다.

 

 구급대의 인원 역시 부족해서 특정 지역대는 단 2명이 야간 구급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다. 무전기와 같은 고가장비 역시 부족하며, 현재 구비돼 있는 무전기들은 △지하 △건물 내 △산악지형 등에서 통신이 안 되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소방관의 업무 과중과 인원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국민이 받아야 한다.

 

 처우문제의 해결책으로 꼽히는 국가직 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주변의 소방관들 중, 60% 이상은 국가직을 선호한다. 국가직 전환 시 △인력 △장비 △복지 등 소방환경의 지역별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에, 국민들은 어디에 거주하든 동등한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인사권 △예산 △감사 같은 행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전국 소방이 동일해진다. 다만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제시한 국가직 전환 방식은 인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현행대로 두는 구조인데, 현재로선 정부가 단시간에 소방예산을 대폭 증가시켜 모든 권한을 갖는 방안을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행안부의 방안이 현실적이다. 실질적으로는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국가직 전환을 위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국가직 전환 시 부족한 인력 문제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 등의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현행 방식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소방공무원을 타 업무에 동원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는데, 국가직 전환 시에는 이 또한 해결될 것이다.

 

 소방관 정신건강 악화의 현황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의 피해 모습은 계속 떠오르기 때문에 많은 소방관들이 정신적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가장 흔하게 겪는 것은 불면증과 우울증이다. 악화되면 대인기피증과 신경과민으로 발전하는데, 당연히 소방관 개인은 물론이고 그들의 업무에도 악영향을 준다.

 

 각 시·군에 정신보건센터가 있고, 소방서에도 힐링센터가 마련됐지만 떨어지는 전문성과 계속되는 출동업무 등으로 인해 치료받기 힘들다. 지자체가 소방관의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을 세울 여력이 없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심리치유센터를 건립할 필요가 있다. 비록 모든 지역에 이를 건립하기가 힘들겠지만, 일단 한 곳이라도 생겨야 이에 대한 파급효과로 관련 병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 이는 소방관뿐 아니라 재난지역 주민 등 국민들에게도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소방 인식에 관해 시민들과 대학생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우리는 응급출동이든 비응급출동이든 국민들이 원하면 가야 한다. 다만 소방인원이 부족해 생활민원 때문에 출동했다가 응급출동을 못할 수 있다는 게 아쉽다. 모든 신고에 응할 수 없어 죄송하다. 이전에 비해서 소방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느낀다. 특히 ‘소방차 길 터주 기’는 이제 자리잡은 것 같다. 또한 이전에 장갑이 문제가 됐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알리고 펀딩을 통해 장갑을 지원해준 건 대학생들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대학생이 소방을 비롯한 사회문제와 인식을 개선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깨어있는 생각으로 이야기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고맙다. 시민의식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안전의식 부분을 조금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김 소방위는 “그나마 다른 부분에서는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력 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국 지자체 중 경기도는 나은 편”이 라면서 설명한 인력 현황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 타 지방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모든 부분이 열악하다고 볼 순 없었지만, 소방업무에 가장 핵심적인 인력과 심리치료 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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