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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소방관 처우문제, 개선은 필수다
  • 박현일
  • 등록 2018-03-02 10: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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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가 필요한 소방관 업무 환경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노후된 장비로 인해 화재 현장에서 부상을 입는 일이 많다. 또한 부족한 인력 탓에 한 번의 출동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소방차나 구급차에 올라서야 하며,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업무 속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곤 한다. 할리우드 영화 속의 영웅이나 할 법한 일을 하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지원마저 부족한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소방관들, 왜 힘겨운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재난 상황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방관. 이들은 열악한 처우 속에 놓여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인명구조시에 사용하는 장비의 노후가 심각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소방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 기준 신형 무전기 보급률은 49%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방화복, 방수장갑과 같은 화재진압에 꼭 필요한 장비의 노후화로 많은 소방관들은 해당 장비를 사비로 직접 구매해 충당하곤 한다.

 

 화재진압·인명구조 시 벌어진 재산피해를 소방관들이 개인 사비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 또한 문제다. 지난 2016년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신고를 받고 벌집을 제거하던 소방관은 임야에 불이 옮겨 붙었다는 이유로 1,000만원을 보상해야 했다. 같은 해 긴급 업무를 수행하던 소방관이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린 경우는 7건이다. 올해 소방관의 긴급조치시 손실보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의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긴 했지만, 소방관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사례는 근무 의욕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역 간 격차와 정신건강 문제에 신음

 

 소방관들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여건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적잖은 언론매체는 ‘소방관의 소속에 따른 처우의 차이’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방청의 ‘소방인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가직 소방공무원은 583명인 반면, 지방직 소방공무원은 44,392명으로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은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속해 있다. 하지만 정부에 비해 지자체 예산은 적고 지역별로 예산 규모 또한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인력 부족과 장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실제 소방관 충원율은 서울의 경우 94%라는 비교적 높은 수치지만, 지방인 충청남도는 49.96%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공무원을 지자체가 관리하는 이상 지자체의 직접적 예산 편성이 없다면 지방 소방공무원은 수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각 지방 소방서 간 장비지원·복지의 차이로 나타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업무 특성상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률이 일반인의 10배에 달하는 소방관들을 위한 심리치료가 제도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안전처의 자료에 의하면 심리치료를 받는 소방관 수는 2012년 363명에서 2015년 6,050명으로 급증했지만, 동기간 동안 소방관 1인당 심리치료비 지원 액수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 경기도 여주소방서 산북119지역대 김한성 지방소방위는 “지역 정신보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순 있다. 그러나 1차적 상담일뿐 소방업무에서 오는 트라우마에 관한 상담으로 구체화돼있진 않다”고 밝혔다.

 

소방관, 이제는 눈물을 닦아줘야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은 소방관들의 차질 없는 업무수행과 인권보장을 위해 꼭 개선돼야 한다. 여론과 전문가는 인력장비부족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가가 각 지역의 소방서를 직접 관리할 시, 소방관들의 대우 격차가 줄어들어 모든 소방관이 격차를 느끼지 않고 직무에 종사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10월 “2019년까지 소방관 전부를 국가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정부와 전환 반대를 표명하는 각 지자체가 원활히 협의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심신건강 악화의 경우, 소방관들의 심리치료 자구책과 치유센터 건립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4월 소방관이 직접 상담을 공부하고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료들의 상담을 맡는 ‘소담팀’(소방공무원 상담팀)을 조직했다. 또한 소방청과 관련기관은 소방관 전문 치료병원인 소방복합치유센터 건립을 준비 중이다. 이는 건립을 희망하는 지자체 간 경쟁이 붙을 정도로 관심이 커 원활한 건립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와 소방청의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소방관들의 한숨이 줄어들 것이다.

 

 소방관들의 처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방공무원의 임용 5년 내 이직률은 20%로 5명 중 1명 수준이다. 소방관이 처우의 열악함 때문에 계속해서 소방복을 벗는다면 시민들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소방청의 제도개선과 노력을 통해 소방관들의 처우가 나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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