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도서추천] 두려운 시작을 견뎌내면, 행복해질지도 몰라
  • 박현일
  • 등록 2018-03-02 10:35:18
기사수정

 

 

저자 : 이승우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예담

 

많은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그러한 사랑에서 헤어나오기도 한다. 사랑에 발을 담그고 빠져나오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몇몇은 사랑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애써 피하고, 누군가가 가까워지는 것을 막아서기도 한다. 이는 사랑이 우리가 흔히 겪는 다른 감정들보다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우 작가의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를 읽고 나면 그러한 사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책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묘사한다. 초반부에 묘사되는 형배와 선희의 관계는 연인이라 오해받을 만큼 가까웠지만, 형배가 선희를 거절하며 멀어지게 된다. 선희는 이후 2막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문학관의 관리자 영석과 사랑하게 된다.

그 후로 3년이 지나 형배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선희를 마주치게 되고, ‘귓바퀴가 하트 모양이라는 다분히 추상적인 이유 때문에 갑작스레 그녀에게 빠진다. 형배는 선희를 불러 사랑을 고백하지만, 선희는 이미 애인이 있는 상황인데다 과거 자신을 밀어낸 형배에게 더는 감정이 없다. 한편 고아였던 영석은 집착이 강한 편인데 선희를 찾다가 형배와 선희가 함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영석은 질투심 때문에 선희에게 거친 말을 쏟아냄으로써 선희와 멀어진다. 형배는 섣부른 판단으로 영석에게 선희가 당신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거짓말을 하며 선희를 자신의 품으로 돌리려고 한다. 그러나 선희는 형배에게 그와 영석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뜻밖에도 영석에게 돌아간다.

그들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랑은 누군가의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형배는 애초에 제 의지로 선희를 밀어내지도, 다시 좋아하지도 않았다. 선희는 영석과 멀어졌음에도 형배의 말을 듣고, 형배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이 모든 일은 형배와 선희의 의지에 따라 벌어진 것이 아니다. 형배가 선희를 사랑하게 된 이유조차 터무니없어서 아무 이유가 없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 책에서는 이를 사랑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자기 생애를 시작한다고 표현한다.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고, 사랑에 관한 한 사람이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사랑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사랑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강한 감정이기 때문에 두려워하지만, 너무 강해서 일단 휩쓸리면 자신의 생각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미 시작된 사랑에 몸을 실으면 상처를 받거나 행복을 얻겠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고통스럽기만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손을 잡고 싶은 사람을 수차례 만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보장된 고통과 확실하지 않은 행복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사랑에 몸을 맡기는 쪽이 어떨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랑의 손을 잡는 건 불안하지만, 그것의 목적지가 행복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