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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새로운 명소 ‘문화비축기지’
  • 우연희
  • 등록 2017-12-11 17: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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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 공간으로 화려한 변신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를 테마파크로 전환한 원더랜드의 ‘kalkar’, 옛 시멘트 저장소가 야외 영화관으로 바뀐 뉴질랜드의 ‘Silo park’를 아시나요? 이들은 모두 재생 사업을 통해 쇠퇴한 도시가 시민들의 터전으로 바뀐 공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서울로 7017’은 이미 모두에게 유명하죠. 하지만 지난 9월 초에 개관한 ‘문화비축기지’는 아직 생소할 거예요. 이에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문화비축기지’를 소개합니다.


문화복합도시 서울, 어디로 놀러갈까?

 

 서울시는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23일까지 ‘잘 생겼다! 서울’ 캠페 인을 주최했습니다. 본 캠페인은 올해 서울에 문을 연 공간과 내년에 새롭게 문을 열 공간, 총 20곳을 엄선해 ‘본인에게 가장 잘 생긴(마음에 드는) 문화 공간은 어디인가요?’를 주제로 시민에게 투표를 진행했는데요. 24일 동안 진행된 투표는 총 58,857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후보로는 문화비축기지를 포함한 △덕수궁 돌담길 △도시건축비엔날레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 등이 올랐다고 합니다.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외관은 물론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재생 공간 중 과연 어떤 곳이 시민들의 마음을 매료시켰을지 궁금한데요. 앞서 언급한 문화비축기지가 덕수궁 돌담길에 이어 당당히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어떤 점이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살펴봅시다.

 

 

방치된 공간에서 친환경 공간으로

 

 문화비축기지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서울시에서 2차 석유파동을 대비하기 위해 1976~1978년에 건설한 민수용 유류 저장 시설입니다. 지름 15~38m, 높이 15m인 5개의 탱크에 서울 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비축해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됐죠. 1급 시설인 만큼 시민들의 접근은 당연히 통제됐겠지요.

 

 이 석유비축기지의 위치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 맞은편입니다. 그런데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경기장 500m이내에 위치해있다는 안전상의 이유로 2000년 12월에 폐쇄돼 방치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이것도 잠시, 3년 뒤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 공간 조성을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이 열렸습니다. 그 결과 한 시민의 당선작을 바탕으로 공사를 시작해 친환경 문화단지로 거듭나기 시작했죠.

 


석유로 가득찼던 탱크에 문화가 채워지다

 

 그럼 친환경 문화단지는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을까요? 이에 기자는 본교 서울캠퍼스에서 버스를 이용해 찾아가 봤습니다. 여기서 잠깐, 지하철은 추천하지 않아요. 환승 2번은 기본이고, 역에서 내려서 약 15분을 걸어야 하거든요. 반면 버스는 미동초등학교 정류장에서 700번 간선버스를 탄 다음, 연세대앞 정류장에서 710번 간선버스로 환승해 월드컵경기장서측·문화비축기지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문화비축기지랍니다.

 

 축구장 22개 크기인 이곳은 △T0 문화마당 △T1 파빌리온 △T2 공연장 △T3탱크원형 △T4 복합문화공간 △T5 이야기관 △T6 커뮤니티센터로 이뤄져 있어요. 개방된 문화마당(T0)에 6개의 탱크(T1~T6)가 이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탱크 특성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그 현장을 들여다볼까요?

 

 

 

1. T0 문화마당: 가족시장, 달시장의 모습 (사진 : 달시장 운영팀 방물단 제공)

 

 

 우선 면적이 35212㎡가 넘어 평지에 자리한 T0 문화마당 버스 임시 주차장이었다고 하네요. 지금 이곳에는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가수공연이나 거리 예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가족시장인 ‘달시장’이 진행되는데요. △마포구 주민 △상인 △청년예술가 등이 함께 모여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가족시장입니다. 또한, 개관한 9월부터 매주 금·토요일(오후 5시~10시)에 ‘서울밤도 깨비야시장’이 열려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고 하네요.

 

 

 

2. T1 파빌리온(사진: 문화비축기지 제공)

 


 T1 파빌리온은 탱크 해체 후 남은 콘크리트 옹벽 안에 유리로 벽체와 지붕을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탱크 주변을 매봉산의 암반 지형이 둘러싸고 있어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죠. 이러한 건물 특성에 맞게 기자가 찾아간 지난 3일에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물질과 생태의 관점에서 사유하라는 의미로, 자연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소리를 들려주는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3. T4 복합문화공간: '함께 채우는 링크 프로젝트'

 


 

 T4 복합문화공간의 탱크는 천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내부의 여러 파이프 기둥과 어우러져 다른 탱크와는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라이트 아트나 미디어 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죠. 마치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연상케 하는 ‘함께 채우는 링크 프로젝트’ 전시는 오는 17일(일)까지 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1시~5시(4시 30 분 입장 마감)에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관람하는 시민들 얼굴이 프로젝션을 통해 다양한 박스에 담기는 거예요. 저기 제 얼굴도 담겼네요. 너무 신기하죠?

 

 

 

4. T6 커뮤니티센터: '오늘도 특별한 하루' 사진전

 

 

 

 T6 커뮤니티센터는 T1, T2 탱크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한 건물입니다. 앞서 T1에서 탱크 해체 후 유리로 벽체와 지붕을 지었고, T2 또한 탱크 상부로만 건물이 지어졌기 때문에 남은 철판이 T6으로 활용된 것이죠. 해당 탱크는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외관을 띄고 있는데요. 내부로 들어가 보면 시민들의 주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강의실 △회의실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사진전이나 연극이 열린다고 하는데요.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오늘도 특별한 하루’라는 사진전이 개최됐어요. 다문화 청소년들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졌습니다.

 

 

 

 이외에도 문화비축기지로 바뀐 과정을 담은 공간, T5 이야기관과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T3 탱크원형까지 관람하면 자신도 모르게 2시간이 가버릴 거예요. 행사까지 참여하면 3시간은 거뜬한데요. 모든 행사가 매달 다른 주제로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에는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 ‘청년주거포럼’이 진행됐더라고요. 하지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모든 프로그램은 2018년이 되면서 정기적으로 진행할지 논의 단계에 있다고 하네요. 탱크 내부 관람은 물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면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확인하길 바랄게요.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비축기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별 기대 없이 방문한 ‘문화비축기지’, 하지만 예상 외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아 기자는 무료했던 주말을 재미있게 보내고 왔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재생’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도 놀라웠는데요.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는 비축기지의 매력에 푹 빠지고 왔답니다. 매일 서울 어디로 놀러갈지 고민하는 당신, 이곳에서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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