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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 잃어버림에 슬퍼하지 않기를
  • 박현일
  • 등록 2017-12-11 14: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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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로 읽는 책 - 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

  출판사 문학동네

 

 많은 사람들은 슬픈 감정을 안기는 경험을 깊이 느끼고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보통 무언가를 잃는 일에서 의도치 않게, 혹은 사소한 실수로 인해 찾아온다. 우연히 발에 채인 걸림돌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삶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상실’이라는 돌부리를 몇 번이고 마주하게 된다.

 

 ‘바깥은 여름’은 그런 우연한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책에 실린 단편 ‘노찬성과 에반’과 ‘건너편’은 상실이 반드시 이유와 필연의 모습으로 찾아오진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먼저 ‘노찬성과 에반’은 늙고 아픈 개 에반을 돌보는 남자아이 노찬성의 이야기다. 찬성은 고통스러워하는 에반을 안락사 시켜줄 돈을 모으자고 다짐하나, 돈을 모으고도 유심칩과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전화 케이스에 흔들려 이를 지키지 못한다. 에반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던 찬성은 유혹과 충동으로 인해 그에 실패하며 상실감을 배로 맛보게 된다. 다음으로 ‘건너편’은 10년간 만난 연인 이수와 도화가 헤어지는 순간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무직인 이수가 같이 사는 방의 전세금을 상의 없이 깼지만, 도화는 그러한 사실과는 무관하게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져서” 이별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마땅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소설에서의 이별은 평범한 순간, 그래야 하는 이유와는 관계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시간을 돌리거나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삶을 살아갈수록 잃는 것이 많아지는 건 그래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를 잃을 때마다 자책하며 ‘내가 있어야 할 순간에 내가 있었더라면’과 같은 의미없는 가정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상실을 대하는 옳은 자세가 아니다. 책 ‘바깥은 여름’에서 스스로의 잘못도 아닌 상실에 마음 아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다고 해서 자괴감으로 남은 나날을 보내지는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이별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못을 따질 수 없는 상실도 많기 때문이다. 이별은 계속해서 찾아 오는데, 그 하나하나에 마음 아파하다 보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우연한 이별로 비어버린 자리에 더 좋은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편은 어떨까. 잃어버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프니,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자신을 더 아프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야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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