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잘못된 갑을관계가 불러온 ‘권력형 성범죄’
  • 이유림 기자
  • 등록 2017-11-27 11:30:10
기사수정
  • 기업의 무책임 및 갑을관계가 가장 큰 원인
현대의 갑을관계는 과거 힘이 센 사람을 집단의 우두머리로 명명하는 문화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문화는 예전부터 사회의 질서를 실현하고 부도덕한 행동에 대한 처벌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최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하위 계급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등을 주장하지만 정작 모든 집단이 갑을관계를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수면 위로 드러난 ‘권력형 성범죄’

 

 최근 수많은 대중의 분노를 사고 불매운동까지 일으키게 한 기업, 바로 가구업체 ‘한샘’이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9일, 모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오면서부터였다. 당시 한샘의 신입사원이었던 글쓴이는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글이 화제가 됐고 청와대 게시판에 한샘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 달라는 청원이 빗발치자 고용노동부 및 국가인권위원회는 본 사건의 정황에 대해 조사했다. 이에 지난 1월, 피해자가 동료 직원으로부터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했고 인사팀장조차 성추행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더 큰 충격을 안 겨준 것은 해당 기업의 대응방식이었다. 범행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리기는커녕, 피해자에게 기업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술서를 작성하길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를 ‘권력형 성범죄’라고 한 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권력형 성범죄는 2010년 140건에서 2014 년 28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더불어 2013년 한국성 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의하면 전체 성폭행 사건 중 직장 내 성폭력이 20.8%를 기록했다. 이 중 고용주와 상사로부터의 피해가 64.8%로 가 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이는 권력형 성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위계적인 사회문화, 대학가로 번지다

 

 한편 권력형 성범죄는 대학가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얼마 전에는 울산의 모 대학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원조교제를 알선한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여대생 A씨에게 취 업에 도움이 될 지인을 소개해주겠다며 자리를 마련했고, 그 학생에게 연락처 교환 및 지인을 즐겁게 해줄 것을 강요했다. 지인으로 나선 인물 역시 A씨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하고 고시원에 찾아가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이내 자신의 목적과 교수의 의도가 달랐다는 것을 알아차린 A씨의 거절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후 A씨가 해당 대학교의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본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본교 학생들 또한 올해 초 권력형 성범죄와 관련해 시위한 바가 있 다. 그 목적은 본교 K학과 J교수의 사과와 규탄에 있었다.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J교수에 분노한 학생들이 직접 시위대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수에게는 단순히 3개월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졌다.

 

권력형 성범죄, 그 원인에서 대책까지

 

 그렇다면 ‘권력형 성범죄’의 가장 큰 발생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 다 가장 큰 원인은 갑의 요구사항에 응답하지 않을 시 △해고의 위험 △승진의 불리함 △부정적 이미지 등이 발생하는 점에 있다. 더불어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원인 중 하나인데, 앞서 거론 한 한샘의 사례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기업 측에서는 범죄 사실을 인 정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하기 바빴으며 가해자에는 별다른 처벌이 없었던 것이 그 증거다.

 

 이에 한샘 성폭행 사건 이후 우리사회는 권력형 성범죄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에서는 사업주의 정확 한 조사와 성희롱 예방교육 위반 시 처벌 강화와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대학 내 성범죄 근절 캠페인을 개최하고 있다. 대전 동부 경찰서는 우송대학교를 포함한 대전 지역 대학교를 방문해 권력형 성범죄 및 각종 대학 내 성범죄 예방 홍보를 펼쳤다.

덧붙이는 글

이처럼 권력형 성범죄는 사회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 이와 관련된 범죄가 점차 수면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우리는 결코 이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관심 속에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 하루 빨리 올바른 사회 구조와 문화가 확산됨으로써 우리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길 바란다.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